[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과즙이 촉촉, 수박과 참외

2013년 05월 30일 오후 6:29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처음 칼럼을 연재하면서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되면 수박과 참외에 대한 글도 적게 되겠구나 하고 겨울에 생각을 했었습니다. 벌써 여름입니다. 5월 중순부터 더웠던 것 같은데,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봄과 가을은 변화와 완충의 작용이 있는데,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는 인심과 사회처럼 여름과 겨울 양극단으로 기후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천인상응(天人相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박은 서과(西瓜)라고 했으며, 참외는 첨과(甛瓜)라고 했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수박과 참외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수박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소장의 열을 없애는 데는 수박을 늘 먹는 것이 좋다.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담담하다. 독이 없다. 번갈과 더위를 없애고 속을 시원하게 하며 기를 내려주고 오줌이 잘 나오게 한다.
―입 안이 허는 것을 치료한다. 입안이 헐었을 때는 수박물을 천천히 마시면 좋다. 겨울에는 수박껍질을 태워서 가루를 낸 다음 물에 타서 먹으면 된다.

 

우리가 수박을 먹는 목적과 같습니다. 수박은 속이 시원해지고 더위와 갈증을 잊게 합니다. 참고로 입안이 자주 허는 분에게 수박물과 수박껍질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마도 새로울 것 같습니다. 수박 껍질로 반찬을 만들어 드시는 분들도 있던데, 수박껍질을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서 보관했다가 입안이 헐었을 때 차처럼 물에 타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참외

 

―삼초의 기운이 막힌 것을 통하게 한다.
―구취를 치료한다. 입안이 헐었을 때 참외물을 마신다. 코가 헐 때도 먹는다.
―여름에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 조금 먹는 것이 좋다.
―번열을 없앤다. 갈증을 멎게 한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오줌을 잘 나오게 한다.
―많이 먹으면 냉병이 생기고 배가 상하고 다리와 팔의 힘이 없어진다.

 

참외는 약으로도 씁니다. 약으로 쓸 때는 참외 꼭지를 사용하는데 과체라고 합니다. 참외 꼭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먹지 않는 것이 좋은데, 약성이 아주 강한 편입니다. 독극물을 먹었다거나, 가래를 토해내지 못할 때, 참외 꼭지를 먹으면 됩니다. 이를 최토 작용이라고 합니다. 또 황달을 없애주는 작용도 유명합니다. 예전에는 중풍으로 인해 가래가 기도를 막아 호흡이 곤란할 때, 그래서 가슴과 배가 아플 때 참외꼭지를 먹고 이를 토해냈습니다.

 

임상실험에서는 간암 환자가 참외 꼭지를 먹고 암세포 감소, ALT 수치 감소, 면역 기능 개선, cAMP, cGMP 수치 정상 회복 등이 확인됐습니다. 모든 간암 환자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며, 참외나 참외 꼭지가 체질적으로 잘 맞는 분에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만성 비염에 복용하면 코가 시원해지고 염증도 가라앉으면서 분비물도 줄어들게 됩니다.

 

보통 수박은 태음인에게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참외는 소양인과 태음인에게 좋습니다. 평소 속이 냉해서 찬 음식을 먹으면 속이 냉해지면서 소화불량, 설사,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다면 수박과 참외 모두 적절하지 않습니다. 두 과일은 기본적으로 찬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수박은 담담한 맛으로 인해 체질적인 특성을 덜 탑니다. 온 국민이 여름에는 수박을 즐겨 먹고 있지만 큰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다만 속에서 받지 않아서 아예 먹지 않거나 한 두 개만 먹는 분들도 있습니다.

 

참외 먹을 때 주의할 점을 동의보감에서도 언급했는데, 기본적으로 소화가 느리고, 뱃속이 냉해서 배를 차갑게 하거나 찬 음식을 잘 못 먹는 경우에는 참외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참외씨는 예부터 장의 지저분한 노폐물을 청소하는 데 썼습니다. 간혹 참외를 먹고 속이 쓰리거나 설사를 하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입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