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3대 장수식품 양배추

2012년 12월 6일 오후 11:08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양배추는 어느덧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친숙한 채소가 됐다.
양배추는 서양에서는 요구르트, 올리브와 함께 3대 장수식품으로 꼽힌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음식으로 양배추를 발효해 먹는 경우도 있다. 김치가 건강식으로 손꼽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양배추는 재주가 많다. 양(洋)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과거 동양권에서 양배추를 몰랐던 것이 아니다. 약재와 음식을 다룬 서적인 ‘본초습유’에도 양배추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양배추는 오장육부에 두루 이롭고 관절을 건강하게 하고 경락의 막힘이 없게 소통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양배추가 뼈를 튼튼하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기록도 다수 남아 있다.

양배추가 사랑받게 된 것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널리 알려지면서다. 특히 속이 쓰리고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경우에 양배추를 즐겨 찾고 있다.

 

양배추 모자가 각광받는 이유: 양배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모자 속에 양배추 잎을 넣고 훈련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투수 박명환이 모자 안에 양배추를 넣고 투구하다 모자가 떨어지는 바람에 TV중계 카메라에 잡혀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이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양배추의 열을 내리는 작용을 응용한 사례다.
 

양배추는 기본적으로 몸의 열을 내려주면서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양배추는 한의학에서 소양인과 태양인 등 양인에게 더욱 좋은 것으로 분류한다. 양배추가 위장에 좋다고 할 때는 위하수 등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위장 질환보다는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염증성 질환에 좋다는 의미가 크다. 소화기에 생기는 궤양이나 염증은 대부분 한의학에서 열과 관련된 것으로 진단한다.

즉, 밥맛이 없고 소화가 더딘 경우보다는 속이 쓰리고 소화는 그럭저럭 되는데 염증이 있고 열이 많은 경우에 더욱 좋다는 의미다.

그리고 예부터 오래 먹으면 신장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 뼈 건강은 콩팥의 기능에 달여 있다고 봤다. 보통 위장의 염증과 열을 내려주는 채소나 약재는 콩팥과 골수, 뼈, 관절에 좋다. 양배추는 몸에 맞는 사람이 장복할 경우 뼈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겠다.

 

브로콜리와 찰떡궁합: 최근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다. 샐러드로도 적절한 궁합이고 야채스프나 즙의 재료로도 같이 쓰인다. 브로콜리는 현재 소음인 채소로 분류하고 있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채소다. 그래서 양배추의 약간 서늘한 기운과 조화를 이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는데, 누가 먹어도 큰 탈이 없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가려먹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무난한 음식이 오히려 효과적인 경우도 많은데, 브로콜리와 양배추 조합이 이런 경우다.

브로콜리 또한 위장에 좋은 채소이므로, 양배추를 좋아하지만 체질적으로 궁합이 덜 맞는 분은 브로콜리의 양을 조절하면서 같이 먹으면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야채 스프나 즙을 만드는 레시피에 나오는 비율도 좋지만, 비율을 약간씩 바꿔 가면서 테스트해보는 것도 요리의 재미이자 건강에도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콩(두유, 두부)을 양배추와 곁들이기도 하는데, 콩은 대부분 태음인 음식이라 양배추와 상반되는 면이 있어, 잘 곁들이면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새우와 양배추를 곁들이면 위궤양을 호전하는데 좋다. 최근에는 위암, 대장암 등 소화기 암환자들이 양배추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 양배추의 항암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런 활용법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배추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그게 싫은 경우에는 찜통에 쪄서 먹으면 단맛이 강해지고 향은 사라진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