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 파 밑둥 ‘파뿌리’, 감기 몰아낸다

2013년 12월 9일 오후 4:53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요즘 감기 환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시원하게 끓인 콩나물국에 대파와 고추를 썰어서 먹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술을 즐기던 시절에는 아침은 늘 이렇게 먹었습니다.

여기에 이미 파를 활용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담겨 있습니다. 어떻게 적재적소에 필요한 음식을 먹었는지 이게 다 지혜이자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를 총(葱)이라 합니다.
한번은 총이라는 글자가 무슨 뜻일까 풀어본 적이 있습니다. 식물을 뜻하는 풀 초(艸) 밑에 들어가 있는 글자는 얼핏 보면 참을 인(忍)과 비슷해 보이는 바쁠 총(怱)이라는 글자입니다.

파의 성질이 워낙 맵고 강렬해서 체내에서도 빠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총인가 생각이 듭니다.
약으로도 파를 자주 씁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파의 활용법은 독특합니다. 칼 등 쇠붙이에 다친 상처로 출혈이 멎지 않을 때 파를 구워서 나온 즙을 바르면 피가 곧 멎는다고 했습니다.

또 가끔 주당들 중에 이렇게 드시는 분을 봤는데, 파술(葱酒)도 있습니다. 감기 초기에 파의 밑둥 즉, 흰색 부분인 총백(葱白)을 술에 담급니다. 그 술을 마시고 땀을 빼면 감기가 낫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쓰인 파 밑둥에 대한 설명이 사실 중요합니다.

동의보감에서 다룬 총백에 대한 구절은 여기 다 옮기기 힘들 정도로 상세하고 광범위합니다. 중요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양기를 위 아래로 잘 통하게 한다. 뿌리째 먹으면 땀을 나게 하고 풍사(風邪, 감기 기운으로 이해하시면 대략 맞습니다)를 몰아낸다.

△ 간에 있는 좋지 않은 기운을 몰아낸다.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감기로 머리가 아플 때 뿌리째로 달여서 먹으면 좋다. 가슴과 배가 아픈 것을 완화시킨다.

△ 배가 차고 아픈 것을 좋게 한다. 항문의 작열감과 피가 나는 것을 멎게 한다.

△ 타박상으로 참을 수 없이 아플 때 총백을 뜨거운 재속에 묻었다가 쪼개서 즙을 바른다. 식으면 더운 것으로 바꿔서 바른다.

△ 어느 곳에나 심을 수 있지만 겨울에 먹는 것이 좋다. 반드시 양념을 해서 먹고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 발산시키는 힘이 강해 많이 먹으면 정신이 흐려진다. 푸른 잎은 성질이 따뜻하고, 총백은 따뜻하다. 감기에 쓸 때 잎은 버린다. 성질이 덥기 때문이다.

파는 쓸모가 많습니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재료로 쓰기에는 너무 강합니다.

파와 마늘같은 향이 강한 음식을 과거에 수행하던 분들이 멀리한 것도 정신을 흐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필요할 때 적절히 곁들여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파는 위장에 열이 많고 음이 허한 분들에게는 좋지 않고, 대부분 알아서 멀리 하시게 됩니다. 본능적으로 파가 먹고 싶지 않게 됩니다.

체질로는 소음인과 태음인에게 더 적합하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