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겨울 보약 ‘고구마’

2012년 11월 16일 오전 12:24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바야흐로 고구마의 계절이다. 고구마 수확과 함께 시장과 마트에서 고구마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곧 겨울이 되면 군고구마통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겠다. 올 여름 한창 무더위때는 겨울이 안 올 것 같더니 겨울이 오긴 오나보다.

고구마처럼 싸고 영양이 풍부하고 두루두루 효과가 좋은 식품도 사실 드물다. 오죽하면 하루에 고구마 한 개를 먹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는 말이 있겠나 싶다.

한의학 서적에서도 고구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구마를 감서(甘薯), 홍서(紅薯), 산우(山芋) 등으로 불렀다. 여기서 서(薯)는 마를 뜻하는데, 마는 한약재 명으로는 산약(山藥)이라고 한다. 마는 신장을 보하고 폐를 강하게 한다. 이밖에도 비위를 강하게 하고 위 점막을 보호해 준다. 설사를 방지하고 소화를 촉진하고 냉을 없애 주기도 한다. 고구마의 효능도 마와 닮은 점이 많다.

본초강목에는 고구마의 효능에 대해 허한 것을 보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신장의 음을 보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보약이다.

본초강목습유에서도 중초(비위)를 보하고 혈을 편하게 하고 위를 부드럽게 하여 오장을 살찌운다고 했다. 또 폐의 기운을 강하게 하고 홍화를 같이 넣고 삶으면 비장을 튼튼하게 하지만 배가 더부룩할 때는 많이 먹으면 기운이 뭉치기 쉽다고 했다.

 

고구마의 효능을 한의학적으로 다시 정리하면
1. 비위와 호흡기를 튼튼하게 하고 혈액을 보충한다.
2. 진액을 보충하고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
3. 변비를 해소한다.

 

체중 감량에도 제격
고구마는 피부 미용에 좋다고들 한다. 고구마를 비롯해 마의 친척들은 대부분 점액질이 많고 섭취했을 때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항노화 작용도 보고된 바 있다.

최근에는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섬유질이 많고 변비를 풀어주는 데다가, 포만감(포만감을 느낄 때는 익힌 것보다 날 것이 더 좋다)을 느끼게 하지만 혈당을 비교적 적게 오르게 한다. 다이어트에 돌입할 때는 하루 1~2끼를 고구마로 대체하고 특히 저녁 식사량을 줄이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고구마는 호박, 당근과 함께 3대 적황색 채소로 꼽힌다. 세 가지를 같이 먹을 경우 폐암과 위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란색이 짙은 고구마일수록 항암효과가 강하고, 자색 고구마도 같은 작용이 있다.

고구마와 율무를 같이 먹으면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습진을 사라지게 하고 체중 감량 효과도 있다. 단 율무는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지 않으니 피해야 한다.

 

태음인 체질에 가장 좋아
고구마는 체질 분류로는 태음인 음식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마, 호박, 당근, 율무도 마찬가지로 태음인 음식이다. 경험 및 영향학적으로 접근한 경우에도 체질 의학의 분류와 부합한다는 점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한국인의 체질을 분류할 경우 태음인이 통계에 따라 40~50%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보편타당한 음식이 되기 쉬운 조건이다.

만약 평소에 고구마를 먹고 속이 불편했다는 사람은 아마도 체질적으로 잘 안맞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평소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더부룩하다면 고구마 대신 다른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고구마는 원래 변비를 해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속에서 받지 않으면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 이 경우는 고구마를 날 것으로 먹거나 적게 먹는 것이 좋겠다. 고구마를 익히면 보강하는 작용이 강해지는 것도 참고하길 바라며, 올 겨울 고구마를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