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가을 별미 게

2013년 10월 8일 오후 6:26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부모님이 간장 게장을 좋아하십니다. 요즘 ‘게장 무한 리필’이라고 선전하는 식당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밥도둑이라는 별칭이 붙은 간장 게장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잘 못 먹어서 간장게장의 맛을 잘 즐기지 못하는 편입니다만, 게장의 유래는 최소 500년 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꽃게 외에도 남해 쪽에서 많이 잡히는 돌게도 요즘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장을 만들 때 돌게 게장은 살이 무르지 않아 씹히는 맛이 더 좋고 덜 비릿하다고 합니다. 꽃게는 좀 더 부드럽다고 하네요.

게를 한자로 방해(?蟹)라고 하는데, 해(蟹)라고 부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여름과 초가을 쯤에 게는 매미처럼 허물을 벗는데, 벗다(해·解)와 벌레(충·蟲)을 합쳐서 해(蟹)가 되었습니다.

 

서리 내리면 맛있다
 

동의보감에서도 게를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우선 흥미로운 부분이 ‘음력 8월이 지난 후에 게를 먹는 것이 좋으며, 음력 8월 이전에는 게의 뱃속에 있는 덩어리가 몸에 좋지 않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또 서리가 내릴 때 가장 맛이 좋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지금은 동의보감에서 말한 게가 맛있는 철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게는 껍질도 쓰고 게살과 내장부분도 씁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껍질을 쓰는 방법, 게살을 쓰는 방법, 내장 부분(黃·황이라고 표현합니다)을 쓰는 방법이 각각 정리되어 있습니다.

게의 몸통 부분의 껍질을 태워서 가루를 낸 뒤 술과 함께 먹으면 젖이 뭉치는 증상을 풀어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게다리 속의 살과 몸통 살은 뼈와 힘줄을 잘 붙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했습니다. 뼈가 부러지고 심하게 다쳤을 때 게살을 약간 볶은 뒤 상처 부위에 붙이거나 먹습니다.

집게발도 약으로 썼는데, 신생아의 숫구멍(숨구멍)이 쉽게 아물지 않을 때 게의 집게발 등을 붙이면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아직 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전달만 해드립니다.

게 알레르기?

게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약간 찬 편입니다. 게를 먹으면 가슴이 시원해진다는 분이 있는데 정확하게 느낀 것입니다. 게는 가슴의 열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고, 위장의 기운을 고르게 해서 소화도 돕습니다. 특히 게가 가장 잘 맞는 체질인 소양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게를 먹으면 가슴이 진정되고 속이 든든하면서 힘이 난다고 합니다. 또 게는 성질이 뜨거운 옻과 반대가 되어서 옻이 올랐을 때, 게를 먹으면 빨리 가라앉습니다. 또 출산 후 게를 먹으면 노폐물이 몸에서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좋습니다.

반면 게가 잘 맞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환자가 처음 한의원을 찾을 때 물어보는 것 중에 하나가 게를 먹었을 때의 반응입니다. 대체적으로 게를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분은 태음인과 소음인이 많습니다.

소양인과 태양인 등 양인은 별다른 부작용이 없습니다. 성분에 따른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게껍질과 같이 딱딱하고 밖을 싸고 있는 것을 오행으로는 금(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의 안에 들어 있는 게살과 내장 등은 금의 반대 기운인 목(木)으로 볼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수(水)의 기운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목(木)의 기운이 강한 태음인들은 게살을 먹으면 과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피부와 대변 등으로 배출된다고 봅니다. 알레르기와 설사 등이 이에 해당하겠습니다. 소음인도 마찬가지로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반면 소양인은 자신에게 부족한 목과 수의 기운이 필요하기 때문에 게가 맛있기 마련입니다.

같은 이유로 태양인도 게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제철 음식을 놓치기는 아까운 법이니 파, 생강, 마늘 등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을 곁들이면 맛도 더욱 부드러워지고 순해집니다. 다만 알레르기 반응이 너무 심하거나 속이 불편한 경우에는 굳이 먹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