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가을이 주고 가는 선물 ‘은행(銀杏)’

2013년 10월 8일 오후 6:24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윤도현 밴드가 20년 전에 발표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을 우체국 앞에서 라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가을이면 이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은행잎 떨어지는 것을 몇 시간이고 앉아서 지켜보곤 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면서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그리고 사계절을 똑같이 닮은 우리 인생부터, 길게는 윤회와 지구의 역사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가을을 탄 것 같습니다.

은행은 수천 년 넘게 우리 곁을 지켜온 나무입니다. 마을 어귀에는 큰 은행나무가 그늘을 이루고 그 아래서 동네 사람들이 낮잠을 즐기곤 했습니다. 가을이면 툭툭 떨어지는 은행을 주워서 감기에도 쓰고 반찬으로 볶아 먹기도 합니다. 나중에 은행잎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은행잎도 줍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열매는 냄새가 고약합니다. 하지만 이를 벗겨서 씹어 먹으면 처음에만 냄새가 나고 나중에는 목 안이 시원해집니다. 볶아서 먹으면 냄새는 금새 사라지고 약간 고소한 맛과 시원한 맛이 함께 있습니다. 은행을 약재로는 백과(百果)라고 합니다. 예부터 기침과 감기를 가라앉히는 약으로 썼습니다.

가래를 삭이고 열을 내려주기도 합니다. 이때는 껍질을 벗긴 은행을 물로 끓여서 마십니다. 은행에는 소량의 독성분이 있기 때문에 그냥 먹는 것은 좋지 않으니 가급적 익혀서 먹기 바랍니다. 기침이 좀 오래갈 경우에는 은행을 잘게 부순 뒤 노릇노릇하게 볶은 뒤 먹거나 끓여 먹으면 좋습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폐를 튼튼하게 하고 가래 등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작용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은행은 이외에도 쓰임새가 많습니다. 냉이 잦은 여성분들이 은행을 먹으면 냉이 줄어듭니다. 이외에도 콩팥과 방광이 약해서 나타나는 유정, 유뇨, 야뇨 등의 증상에도 은행을 씁니다. 이외에도 소변을 잘 못 참는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고, 단백뇨와 만성사구체신염 등에도 쓰입니다. 단 가벼운 질환이 아닌 경우에는 증상과 체질에 맞게 사용해야 하므로 임의로 먹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은행잎은 요즘 혈액순환 개선제의 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약으로 쓰는 은행잎은 노란 은행잎이 아니라 푸른잎입니다. 은행잎은 혈액순환 개선, 기억력 증진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수험생의 집중력을 높이고 치매를 방지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은행을 그냥 먹게 될 경우 독성이 있으니 꼭 익혀서 드셔야 하며, 특히 어린이들의 주의를 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경우 익혀서 먹는 경우에도 하루 5개 이상은 권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은행과 은행잎은 태음인에게 가장 좋습니다. 간혹 은행이 너무 맵게 느껴지거나 속에서 받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 이 경우는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음식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먹는 경우에는 꼭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은행이 잘 안맞는 분들은 해산물과 함께 요리해서 먹으면 서로를 견제해 부작용이 덜하며, 은행이 잘 맞는 분은 육류나 뿌리 채소를 곁들여서 요리하시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