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플레 확산 우려 속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고…“선제 정책 필요”

이윤정
2022년 06월 10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22년 06월 10일 오후 5:26

이창용 “시기 놓치면 안돼”…인플레 파이터 역할 강조
한은 “거시경제 안정화에 선제적 통화정책 바람직”
추경호 “모든 부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추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6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창립 제72주년 기념사’에서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했지만, 물가가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지난 1월(1%→1.25%)과 4월(1.25%→1.5%)에 이어 5월엔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0.25%p 올리는 등 올해 들어 이미 금리를 세 번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 8월 연속 인상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앞서 한국은행은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상승 원인에 대해 공급·수요 요인과 환율 오름세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물가상승 압력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등 수요 측 요인과 함께 공급망 병목,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원·달러 환율의 높은 상승세도 물가상승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풀이했다.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올해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의 약 9%(0.34%p)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만약 환율의 변동 흐름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대에 머물렀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최근 방역 조치 완화로 국내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하고 인플레이션 확산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물가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금융통화위원회의 연속 금리 인상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진 점도 작용했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안정’이 모든 부처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등 해외발 인플레이션 요인의 국내 전이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많이 불안하다”며 “물가 안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각 부처의 주요 재정사업 집행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물가 상승은 취약계층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며 “추경에 반영한 소득 보전 사업을 조속히 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세계는 물가와의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5월 국내 소비자 물가가 5.4%까지 치솟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다. 독일과 프랑스의 4월 물가 상승률은 각각 7.4%, 4.8%였다. 특히 영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은 9%로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deflation·저물가)으로 신음하던 일본도 4월 소비자물가가 7년 만에 2% 이상 올랐다. 개발도상국도 예외는 아니다. 스리랑카는 4월 물가가 무려 30% 폭등했다. 이란에서는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어선 데다 밀가루를 원료로 한 주요 식품 가격이 무려 300% 치솟으면서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