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김치논란은 별일 아냐” 갑자기 말바꾼 中 환구시보

김정희
2022년 03월 10일 오전 5:55 업데이트: 2022년 03월 10일 오전 8:23

한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 관영 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한관계는 후퇴가 아닌 발전이 필요하다”라는 사설을 발표했다.

사설은 ‘한중 수교 30년 경제무역 성과’, ‘사드 문제 극복’, ‘김치·한복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정치의 최전방으로 만들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 신정부의 숙제다”라고 강조했다. 

한복·김치 논란과 관련해 지금까지의 중공 언론의 논조와 달라진 설명이 눈길을 끈다. 

환구시보 사설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김치·한복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별일은 아니지만 두 나라의 언론은 다소 지나친 보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서로 서운하게 한 일도 있었다. (이런 논쟁은) 사실 가치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김치 논쟁은 두 나라 사람들의 기싸움으로 형성된 거대한 기포 같다. 논쟁의 근본 원인은 두 나라의 역사 문화의 기원이 같기 때문이다. 정서적 요소를 배제하면 이 같은 논쟁은 오히려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실에 입각한 이성적인 태도와 넓은 흉금이 우리 사이의 분쟁을 해소하는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김치·한복 논란은 “역사와 문화의 기원이 같은 두 나라 국민들 간의 감정싸움일 뿐”이라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한국 고유의 역사문화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환구시보는 공산당의 동북공정을 가장 앞장서서 지원하던 나팔수 언론이다. 한복과 김치에 대해서 한국 정치인들이 악의적으로 반중감정을 조장한다며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입은 조선족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국내에서 중공의 문화공정 논란이 재조명됐을 당시, 환구시보는 ‘한국 정치인, 반중 정서를 부추겨… 주한 대사관 입장 표명’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대선을 앞두고 일부 (한국) 정치인들이 일부 사건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한국 국민들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했다.

환구시보는 또 지난달 21일 대만 정부가 ‘김치는 한국의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한국 관련 포스터에 김치를 올린 대만, 구걸하는 건가, 논쟁 부추기는 건가”라며 압박했다.

신문은 랴우닝 사회과학원의 한국·북한연구센터 여차오(呂超) 수석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인은 김치의 기원을 웃음거리로 여기지만, 한국 사람들은 매우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예민한 민족 자존심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또 “김치는 중국인에게는 밑반찬 중 하나지만, 한국인들은 김치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여긴다”고도 했다.

환구시보가 김치·한복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사설의 마지막 부분에 그 힌트가 담겨 있었다.

신문은 “한국의 신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편 가르지 말고 중간 역할을 착실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여론조사에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예상되자 다소 자세를 낮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