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美 “모든 수단 동원해 한국 방어”

이윤정
2022년 09월 17일 오전 11:29 업데이트: 2022년 09월 17일 오전 11:29

4년 8개월 만에 가동…매년 개최 합의
美 “핵 포함 모든 군사 능력 활용, 확장억제 제공”
北 제재 회피·불법 사이버 활동 대응 공조 강화

북한이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며 긴장을 고조하는 가운데 한미 확장억제전략 협의체(EDSCG)가 4년 8개월 만에 다시 가동됐다.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확장 억제 강화를 약속하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 외교 당국은 9월 1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 측은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 측은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참석했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는 한미 외교·국방당국이 ‘2+2’ 형태로 한반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역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전략적 사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다. 이번 회의는 세 번째 고위급 회의로, 4년 8개월 만에 처음 개최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2월 1차 회의,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월에 2차 회의가 열렸다. 이후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EDSCG 재가동에 합의한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제력 강화, 보다 넓게는 북한 위협에 대한 외교적·정보적·군사적·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북한이 새로운 핵 정책 법령 채택을 포함해 핵 사용 관련한 긴장 고조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성명에는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한미는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양측은 미국의 핵·미사일 방어 정책 관련 동맹 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 강화해 나간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미국은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또 도상연습(TTX)을 더욱 잘 활용하는 것은 물론 정보 공유, 훈련, 연습의 증진을 통해 동맹의 전략적 준비 태세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면서, 미사일 대응은 물론 확대된 다영역 연습 참여 등 우주·사이버 영역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공조를 증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윤석열 정부의 북핵 정책인 ‘담대한 구상’이 가진 목표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정책을 조율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 및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공조 강화에도 합의했다. 성명에서 “다수의 유엔안보리(UNSC) 결의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추구와 개발이 지역과 세계의 안보와 안정은 물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저해한다”고 강조하며 관련된 모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충실히 이행하는 것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 강력하고 단호한 범정부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양국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긴밀히 조율 중이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9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미국 측 확장억제 담당자들과 B-52 전략폭격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양국은 이날 회의에 앞서 한국 대표단이 미국 B-52 전략폭격기를 시찰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동맹의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했다”고 평가했다.

한미는 향후 고위급 EDSCG를 매년 개최하기로 하고, 차기 회의 준비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 실무급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