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핵 사용 시 北 정권 종말” 명시…美 전략자산 적시 전개

이윤정
2022년 11월 4일 오후 1:16 업데이트: 2022년 11월 4일 오후 6:44

제54차 SCM 회의 후 공동성명
내년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 재개
주한미군, 69년간 핵심 역할…현재 전력 수준 유지
美 전략자산, 필요 따라 적시·조율된 방식으로 전개

북한이 연속적인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고조하는 가운데 한미 국방장관이 만나 “핵 사용 시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를 처음으로 명시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훈련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북한의 지속적 도발 수위 상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월 3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양국 장관은 성명을 통해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다양한 핵무기와 투발 수단 개발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성명에 적시했다. 이어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 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장관은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의 행위에 맞서는 조치를 확대하고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간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 장관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등 여러 협의체를 통해 더욱 강화된 확장억제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성명은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전에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에서 상당한 진전을 달성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은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정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양국은 동맹의 미사일 대응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기로 협의했다. 양국은 한미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를 신설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 공동연구 협의체(PAWG)를 재가동할 방침이다.

이종섭 국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 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미국 국방부 청사 입구에서 의장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양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연합연습 및 훈련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UFS 연습을 통해 실전적인 전구급 연합연습체계가 복원됐다”며 “이와 연계해 집중적으로 시행한 연합야외기동훈련이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내년에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양 장관은 주한미군의 역할도 강조했다. 양 장관은 주한미군이 지난 69년간 한반도에서 수행해 온 핵심적 역할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전시작전권 전환 계획과 관련해선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결과 모든 평가과제가 기준을 충족했다”며 “FOC 검증 논의는 ‘조건1’과 ‘조건2’의 능력 및 체계에 대한 한미공동평가 후에 진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은 한국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하기 위한 유용한 접근법이라고 환영했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양 장관은 “한미일 안보회의(DTT) 등 정례 안보회의체를 통해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서 증진 및 확대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인도·태평양 지역문제도 거론됐다.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안정 및 번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한국의 인태전략 프레임워크와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SCM 결과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성과가 있었고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며 “한국과 미국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하는 수준으로 운용하고 북한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을 매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