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쏘아 올린 이민청, 경제·사회통합 두마리 토끼 잡으려면

이윤정
2022년 09월 30일 오후 10:37 업데이트: 2022년 10월 1일 오후 3:17

이민청 톺아보기 세미나 3회 차
경제활력 제고와 내·외국인의 사회통합 촉진 토론
“이민청 설립보다 불법체류자 해결에 집중” 의견도

9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이민청 톺아보기: 경제활력 제고와 내·외국인의 사회통합 촉진’ 세미나가 개최됐다.

총 3회로 진행되는 ‘이민청 톺아보기’ 세미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주최하고 법무부와 이민정책연구원이 주관했다. 국민의힘 김형동·유상범·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윤재갑·이탄희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날 3차 토론회는 ‘경제활력 제고와 내·외국인 사회통합 촉진’ 주제로 진행했다. 앞서 8월 30일 1차 토론회에서는 ‘이민청 설립 필요성과 추진 방향’을 협의했다. 9월 15일 2차 토론회에서는 ‘국익과 인권의 조화’ 주제로 사회통합을 위한 이민·난민 행정, 체류 관리 정책, 불법화 대응 등을 논의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조정훈 의원은 “이민정책에 조급하지도, 게으르지도 않겠다”며 “우리가 어떻게 이민자·난민 등 외국인들과 함께 살 수 있을지, ‘국익’과 ‘국제적 인권’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을 어떻게 잘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한번 해볼 만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법무부와 이민정책연구원, 전문가, 시민들과 힘을 합치고 저도 그 매개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국내 이민정책의 제도적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행정조직으로는 새로운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우리 사회의 미래 전망과 적정 이민 규모에 대한 범정부적 차원의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민청이 빠른 시일 내에 모든 분의 주목을 받으면서 출범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민 정책은 유입과 테러 관련, 사회 통합, 이민 행정 이런 것들이 삼위일체가 돼서 움직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제적 효과는 최대화하고 이민자들로 인한 노동시장의 갈등 해결이나 사회통합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 수립·집행·전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쏘아 올린 이민청이 현실화하고 안전하게 착륙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상돈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력 활용의 경제적 효과와 중장기 외국인력 수요 전망’ 발표에서 “비전문인력 중심의 현재 외국인력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 변동, 기술 혁신, 디지털화 등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과 이에 따른 노동수요의 구조 변화로 인해 다양한 숙련 수준의 외국인력, 다양한 인력 유입 및 활용 방식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농림어업 분야의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며 “고용 형태의 다양화 수요에 부합하는 외국인력 공급 방식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다각적 측면에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정책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선·이주민 사회통합을 위한 과제:이민자에 대한 인식 개선’ 주제 발표에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건 어렵다”면서도 “이민청 설립이나 사회 통합 정책에 있어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이 장기화함에 따라 중장기적 대체 인구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연령 인구가 필요하다는 점, 내국인 기피로 인한 노동력 부족 산업의 노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 등은 국민적 합의를 추측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이민청 톺아보기: 경제활력 제고와 내·외국인의 사회통합 촉진’ 세미나가 개최됐다. | 에포크타임스

윤인진 한국이민학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팀장은 이민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수용국의 경제구조에 적합한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닌 이민자가 유입될 경우 긍정적 경제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주민·난민 유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선 유럽의 시리아 난민 유입 후 정치 동향을 언급하며 “경제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선 이민으로 인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하경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뿌리산업의 인력 부족 현황을 설명했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용접 등을 통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 산업이다. 제조업의 근간이자 혁신의 원천이 되는 뿌리산업 전체 종사자 수는 49만939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4만7812명으로 10%에 육박한다. 하 연구원은 “뿌리산업은 전형적인 3D 산업으로 인식이 돼왔다”며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재직 근로자들의 연령층이 매우 고령화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20년을 살았다는 안톤 숄츠 독일방송 프리랜서 기자는 유창한 한국말로 “출산율 세계 최저인 한국은 이민자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각국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경쟁 속에서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국경을 초월한 인재의 예로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언급했다.

이주민 정책이나 이민정책을 이주노동자의 ‘기여’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인력난 문제가 부각된 것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방증”이라며 “이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주의 역사가 수십 년에 이르면서 여러 영역에서 이주민 대상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 착취, 임금 체불, 사업장 변경 제한, 열악한 기숙사, 과도한 숙식비 공제, 높은 산재 사망률, 낮은 의료 접근권 등 강제노동과도 같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이주노동을 통한 장기 체류 통로를 마련하는 등 체류 안정화 정책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이민청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류병균 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 상임대표는 “이민청 설립보다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이민청 신설 이슈와 관련해 수많은 전문가·연구자들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익과 주권, 국가안보라는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회의 관련 법률안과 법무부에서 제시하는 정책 방향도 오로지 외국인들의 인권 보호와 그들의 편의 증진이라는 가치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정책’과 ‘이민정책’을 명확히 구분하고 정책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른바 3D정책 업종과 농어촌 계절노동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맹목적인 외국인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며 “국제결혼 중개업자나 브로커에 의한 속성결혼을 제재해 진정성 없는 결혼이주자들의 입국을 억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현행 난민법을 전면 개정해 난민 신청을 국내가 아닌 재외공관에서만 하도록 함으로써 현행 난민법상의 독소조항을 이용해 난민 신청을 통한 국내 입국 및 장기체류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장관 취임식에서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고 제안하면서 이민청 설립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