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임명 가능할까? 국회 인준 여부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

최창근
2022년 05월 4일 오후 4:17 업데이트: 2022년 05월 5일 오전 1:15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불투명
헌법에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명시
국무총리 공백 장기화 시 다른 국무위원 임명 못 해
현 정부 김부겸 현 총리가 차기 정부 국무위원 제청 가능성

출범을 일주일  앞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구성이 난항이다. 그중 관건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여부이다.

현행 헌법 제86조 1항에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무총리 인준 절차와 관련해서는 국회법 제109조에 따르면 헌법이나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한다. 즉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국무총리가 임명되지 않으면 다른 국무위원(각료)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 제87조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국회 인사 청문을 위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는데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을 받아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조각(組閣) 작업을 개시하게 돼 있다.

정리해 보면 신정부 신임 국무위원(장관)들을 임명할 때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국회 인준을 받은 국무총리의 제청이 선행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인준 표결 절차를 거쳐 임명되지 못한다면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내각을 제대로 구성할 수 없다.

지난 5월 2일, 3일 이틀에 걸쳐 한덕수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 국회는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보류했다. 인준 표결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다른 국무위원 임명 여부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국무총리 인준 문제로 정부 출범에 난항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다.

1988년 현행 제6공화국 헌법 시행 이후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이다. 선거 과정에서 DJP(김대중+김종필) 공동 정부 구성을 합의한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명예총재를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여소야대 상황이던 국회에서 당시 제1야당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김종필 지명자의 5·16 쿠데타 가담 경력 등을 이유로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했다. 이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고건의 제청을 받아 16개 부처 신임 장관을 임명해야만 했다. 당시는 국회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 시행 전이라 임명 제청 절차를 거쳐 즉시 임명이 가능했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국무총리 ‘서리(署理)’로 임명하였는데 국회 인준을 받을 때까지 위헌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국무총리 서리 체제는 5개월여 이어졌다. 국무총리 서리 제도는 국무총리 국회 임명 동의 제도가 도입된 1972년 ‘유신헌법’ 이후 13차례나 반복되다 노태우 대통령 재임기인 1991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1998년 다시 시행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국무총리 인준과 조각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조각 작업을 미리 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다만 헌법 규정에 의거하여 다른 국무위원 지명은 할 수 없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 각료였던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게 하여 조각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사임 후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의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는 정부조직법 제22조에 따라 유일호 부총리가 국무총리 권한대행이었다.

이러한 전례를 종합할 때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구성 관련해서 다음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한덕수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는 경우이다. 이를 경우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외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여 정상적인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각료 인선이 늦어질 경우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에 문재인 정부 일부 국무위원이 참석해서 오월동주(吳越同舟)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국무위원(현행 19명)의 과반수가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후보자가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다음 두 가지가 가능하다. 첫째, 김부겸 국무총리가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고 사임하는 것이다. 이후 추경호 부총리가 정부조직법 제22조에 의거한 국무총리 대행으로서 나머지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둘째,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임명 제청 후 사임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 김부겸 국무총리의 의사와 거취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서 김부겸 총리는 5월 3일, 세종시 국무총리 공관에서 개최된 기자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한덕수 총리 후보자 임명이 되지 않으면 신임 국무위원들에 대한 임명제청권 행사를 거부 않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총리는 “제 역할은 우리 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 후임자가 올 때까지 잘 연결하는 역할”이라면서 “새 대통령이 임명 동의안을 보내는 날이 빨라야 10일 오후다. 우리 정부가 다음 정부의 출범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견제하는 제청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대통령의 그림자로 여겨지지만 정권 교체기나 과도기에는 힘을 발휘한다. 정부조직법이 직무대행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헌법상 제청권과 인수위법상 추천권은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국무총리 인준을 두고 여야가 협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