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인권이사회 선거 첫 낙선… 지난 정부 북한 눈치보기 후과?

최창근
2022년 10월 12일 오후 5:32 업데이트: 2022년 10월 12일 오후 5:32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UNHRC)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10월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대한민국은 123표를 얻었다.

인권이사회 47개국 중 13개국을 신규 선출하는 선거에서 2023~2025년 임기의 아시아 지역 할당 ‘4개 이사국’ 자리를 놓고 8개국이 경쟁했다. 투표 결과 한국은 5위에 그쳤다.

선거에 나선 아시아 국가 중 방글라데시가 회원국 193개국 중 160표로 최다 득표를 했다. 이어 도서(島嶼)국 몰디브 154표, 베트남 145표, 키르기스스탄 126표를 획득하여 한국을 앞섰다.

한국에 이어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12표이었고, 바레인과 몽골이 각각 1표를 얻어 낙선했다.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의 올라프 빈체크 사무국장은 영국 로이터 통신에 “한국이 퇴출된(outing) 것은 상당히 부정적인 놀라움(quite a negative surprise)이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베네수엘라가 퇴출된 것에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선출된 국가들은 아시아 지역 4개국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벨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조지아, 모로코, 루마니아 등이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기구였던 인권위원회가 개편돼 2006년 설립됐다.

한국은 지난 2006~2008년, 2008~2011년, 2013~2015년, 2016~2018년, 2020~2022년 연속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다만 연임에 도전한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산 부문에서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 기여도 세계 9위인 한국이 인권 가치를 다루는 중요한 선거에서 패한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충격’ 혹은 ‘외교 참사’라는 평가를 받는 선거 결과를 두고 한국의 지난 행적이 문제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북한 눈치 보기’ 처신을 한 것을 꼽기도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데 주력했다.

2019년부터 2022년 4월까지 북한 인권 범죄를 규탄하는 ‘북한 인권결의안’에 4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불참했다. 결과적으로 컨센서스 채택에 반대만 하지 않는 수준으로 사실상 북 인권에 침묵했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자유진영과 가치 연대를 하겠다”며 최근 북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키로 했다.

2021년 4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일명 ‘대북전단 금지법’을 강행 처리를 시도했다. 이로 인하여 유엔 최고인권사무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으로부터 “인권운동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우려 메시지와 함께 정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며 추진한 일명 ‘언론재갈법’ 폭주에 대해,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언론 자유 위축에 따른 인권 침해”를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잃거나 인권 관련 문제 제기를 당한 일이 수 차례 이어진 것이 국제 여론 악화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의석을 잃은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권 유린,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 탄압 같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