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미국 법인 늘리고 중국 법인 줄여

중국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원인

최창근
2022년 06월 14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22년 06월 14일 오후 5:27

국내 대기업은 미국 비중을 늘리고 중국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가 6월 14일 발표한 ‘2022년 국내 76개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에 포함된 76개사는 주식 지분 보유 등의 방법으로 해외 123개국에서 5287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거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집계 됐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76개 그룹이다. 해외 계열사 현황은 각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참고했다.

국가별로는 2022년 기준 미국이 1169개로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885개보다 284개 증가한 수치이다. 76개 국내 대기업 해외 계열사 중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8.8%에서 올해는 22.1%로 3.3%포인트 증가했다.

2022년 조사에서 미국 소재 법인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기업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내 법인을 154개 운영했으나 올해는 198개로 44개가 증가했다. 뒤를 이어 SK그룹이 179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8개에 비하면 2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가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해외 법인은 840개(15.9%)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 조사된 874개에 비교하면 1년 사이 34개 법인이 철수했다. 특히 지난해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법인 숫자는 1037개로 미국에 둔 계열사보다 152개나 더 많았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거꾸로 미국 법인이 중국(홍콩포함)보다 175개나 더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령 홍콩 소재 법인 숫자도 작년 163개에서 올해 154개로, 한 해 사이 9개가 문을 닫았다. 2020년 5월 당시 홍콩 법인이 170개이던 것과 비교하면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최근 2년 새 홍콩에서 철수하는 법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167개에서 올해 186개로, 국내 그룹의 해외 법인 선호지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268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일본(208개), 싱가포르·프랑스(181개), 인도네시아(166개), 인도(142개), 영국(128개)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탈중국 흐름의 원인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 중국의 보복, ‘코로나 제로’ 정책 고수에 따른 경기 부진과 공급망 훼손 등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꼽았다.

탈중국을 결정한 대표적인 기업은 롯데이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테마파크 사업을 최소 16억 달러(약 2조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당초 2014년 선양에 롯데백화점을 개점하면서 부근에 테마파크와 아파트, 호텔 등을 갖춘 롯데타운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인 2016년 12월 중국 당국의 명령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이 2019년 4월 시공 인허가를 내줬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은 멈췄으며 테마파크를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류를 타고 2016년 중국에서 2080억 원의 이익을 내기도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내 1000개 이상의 화장품 매장을 폐쇄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 사업에 집중하려고 작년 중국의 배터리 팩 공장 2곳을 폐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중국에 매각한 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용 모듈 공장 2곳만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오스틴에 170억 달러(약 21조3400억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중국 내 공장 2곳의 문을 닫았다. 현대차는 중국 사업 부진 속에서 오는 2025년까지 대미 투자를 100억 달러(약 12조55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