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속 소품들이 전부 ‘폐기’ 처분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황효정
2019년 09월 30일 오후 1:49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12

한국 영화 속 소품들이 전부 폐기 처분 위기에 놓여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6일 SBS는 영화 소품을 제작하고 보관하는 창고인 서울영화장식센터가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안에 위치한 서울영화장식센터는 지나간 20년 동안 40만 개의 소품을 보관하며 영화를 더 생생하게 만들어왔다.

태극기 휘날리며, 베를린, 관상, 곡성, 신과 함께, 아가씨, 기생충, 광해, 국제시장, 실미도, 뽕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낯익은 작품 속 소품부터 세월이 가득 배어있는 귀중한 소품까지, 창고에는 우리나라 영화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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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깊은 영화 소품 창고인 이곳.

보도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긴 세월을 함께 해 온 이곳에는 최근 큰 고민이 하나 생겼다.

“날짜가 다가오니까 걱정이지, 걱정이야… 여길 비워줘야 하니까”

서울영화장식센터는 갈 곳을 잃고 이제 사라지게 됐다.

20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영화 작품 수백 편의 소품을 공급해온 김호길(79) 서울영화장식센터 대표는 “오래 갈 줄 알았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게 매각이 돼서 여기를 떠나게 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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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이러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의 부지와 시설은 모두 매각됐고, 이에 따라 입주 업체들의 계약도 끝났다.

소품 창고도 마찬가지다. 오는 10월 16일까지 철거해야 한다.

보름 남짓 남은 시간, 어떻게든 소품을 보존하기 위해 소품 창고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최영규 영화장식센터 실장은 “저희가 이삿짐센터에 알아봤는데 이전비만 약 한 2억 2,000만원 정도 나오더라. 컨테이너 300대 분량 5톤 트럭 분량으로”라며 “그래서 사실 저희 힘으로는 힘들다”고 고백했다.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마땅한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40만 점의 소품을 수용할 수 있는 1,600평 규모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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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장소 관계가 이렇게 소품실에 적합한 건 얻을 수가 없다”며 “여러 군데서 문의가 많이 오는데, 조건이 맞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전비를 마련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소품들은 폐기 처분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문제 앞에 부딪힌 소품 창고.

이미 이곳을 떠나는 거로 마음을 정했다는 김 대표는 “눈물 나니까 그만했음 좋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