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홍콩 지지 목소리 낼 겁니다” 서울대·연세대 등 대학생 단체 결성

애나 조
2019년 11월 4일 오전 11:0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6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3일 발족
中 당국에 의해 은폐된 홍콩의 진실 알린다

중국 당국의 탄압에 맞서고 있는 홍콩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국내 대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대, 연세대 등 재학생 25명으로 구성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은 3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발족 기자 회견을 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제와 폭력을 규탄했다.

홍콩 시위대의 5개 요구사항(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중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을 적은 피켓을 손에 든 학생들은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홍콩의 민주화에 대한 대한민국 시민의 지지를 독려하고 중국의 폭력적이고 부당한 진압에 함께 항의할 것을 결의했다”면서, “홍콩 민주화 세력의 투쟁과 중국 당국의 탄압에 대해 긴요하고 즉각적인 정보를 번역하여 대한민국과 세계 시민사회에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당국은 홍콩의 자치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에 항의하는 홍콩 인민의 민주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며, 국가 폭력과 정보 통제를 통해 자신들이 행한 만행을 은폐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권력자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두려워 홍콩의 참상을 외면한다”라고 지적했다.

학생모임이 조직된 것은 지난달 11일이었다. 홍콩 시위대를 향한 중국 당국의 탄압 소식을 듣고 이를 알리자고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존엄과 정체성이 침해받은 듯 큰 아픔을 느꼈던 학생들은 홍콩 시민들로부터 시위대의 홍보물과 자료들을 직접 전해 받고 한국어로 번역한 후,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speakforHK.kr)에 게시해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 정도현(서울대, 22세) 씨는 홍콩 시민들이 상황을 알리는 텔레그램 국제 채널에서 홍보물들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친구와 함께 이것을 번역해서 한국에 알려보자고 생각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서울대에서 처음 조직이 만들어진 후 연세대 학생들도 공감하고 참여하게 되면서 현재 25명이 함께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연세대 내에서 한 단체가 내건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현수막을 중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내정 간섭하지 말라며 철거하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중국인 유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서 두려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홍콩에 응원의 목소리가 전해져서 홍콩 시민들에게 힘이 되고 그들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근 의문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심각한 부상으로 혼수상태에 처한 시위대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홍콩 민주화 시위는 22주째 계속되고 있다.

홍콩 정부가 ‘복면 금지법’을 시행하고, 경찰이 집회를 불허하고 있지만, 홍콩 시민들은 마스크와 검은색 옷을 입은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9차 4중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방침이 알려지자, 시위대는 중국 관영 언론사 신화통신 사무실의 유리문과 창문을 부수고 붉은색 잉크를 뿌린 뒤 방화하고, 건물 벽에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추방하라”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

폭력적인 탄압 속 홍콩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측은 오는 23일 전국 대학생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