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로 다리 못 쓰지만 닭처럼 품어 키운 딸 위해 ‘700평’ 농사짓는 할아버지

이서현
2020년 05월 4일 오전 9:2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7

하반신 마비로 몸이 불편한 한 할아버지가 늦둥이 딸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700평의 땅을 혼자 일구고 있다.

다리를 쓰지 못하니 땅을 기어 다니며 농사일을 하고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한다. 그런데도 아버지라서 일을 쉴 수가 없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13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소개된 만능 농사꾼 할아버지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할아버지는 혼자서 참깨, 수수, 조와 포도, 호박 등 많은 작물을 키웠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그뿐만 아니라 누구의 도움 없이 사다리에 올라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상체의 힘만으로 서울과 인천을 돌며 가져온 고철을 옮기고 오토바이 운전도 했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염려하는 제작진에 할아버지는 “무겁긴 뭐가 무거워. 누가 비행기도 고물로 주면 내가 싣고 올 텐데”라고 답했다.

주문을 외우듯 다짐을 하는 것도 잠시였다.

일을 마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한 할아버지는 “딸만 없으면 나 (이렇게) 안 해. 아무것도 안 해”라고 털어놨다.

이 모든 걸 버티게 한 건 늦둥이 딸이었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썰매를 타다 척추를 다치면서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50대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딸을 얻었지만, 칠삭둥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4개월을 보냈다.

고비를 넘긴 딸이 2살 되는 해, 아내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딸을 닭처럼 품어서 키우며 겨울을 났다.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하지만 학교도 다녀야 할 딸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계속 이렇게 키울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는 결국 딸을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보냈고, 그 선택은 내내 미안함으로 남았다.

그 후, 딸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할아버지는 악착같이 일을 했다.

유튜브 채널 ‘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하늘의 별도 달도 따 달라고 하면 다 따주고 싶다며 할아버지는 한창 성장기인 딸에게 보낼 농작물을 포장했다.

그렇게 호박과 감자, 가지를 상자에 담으며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했다.

할아버지의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가슴이 찡합니다” “부끄럽고 또 존경합니다” “삶에 핑계만 대지 않겠습니다” “할아버지, 건강 챙기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