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을 따라가고 싶은 아내와 그런 아내를 말리고 싶은 남편 (영상)

황효정
2019년 11월 19일 오후 3:24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49

아홉 살 어린 아들이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간 뒤, 엄마아빠가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는 어린 아들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엄마아빠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채널A ‘아이콘택트’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눈 맞춤이라는 경험을 통해 진심을 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 출연을 신청한 아빠는 자신을 “저는 민식이 아빠 김태양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이후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아빠가 어렵게 전한 사연은 이러했다. 지난 9월, 자식들 삼 형제 중 맏이 민식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충남 아산의 어느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아홉 살 민식이는 네 살배기 막냇동생의 손을 꼭 잡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건너기 전, 학교에서 배운 대로 좌우를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넌 민식이였다. 횡단보도 건너편에는 엄마가 일하는 가게가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보호구역 내 규정 속도인 시속 30km를 지키지 않은 데다 전방 주시까지 태만했던 가해 차량 운전자 때문에 민식이는 속절없이 차에 치이고 말았다.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민식이 엄마는 “바로 앞에서… 가게 앞에서”라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민식이 엄마는 이어 “소리가 너무 커서 사고 난 줄은 알았어요”라며 “나가보니 눈앞에 누워있던 게 저희 애들이더라고요”라고 힘들게 기억을 꺼냈다.

엄마의 눈앞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 다행히 동생은 큰 부상이 없었지만, 큰아이 민식이는 이미 너무나도 위급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길에서 내가… ‘민식아 엄마 목소리 듣고 조금만 버텨’라고 했던 걸 애가 들어서 버티고 있었는데…

(위급한 상황이라) 내가 구급차를 같이 못 타서… 그렇게 된 건 아닐까. 병원에 이송됐을 때는 숨이 멎었어요”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용돈을 받기라도 하는 날엔 붕어빵을 가슴에 품고 들어와서 엄마 먹으라며 선물을 주던 아이였다.

자신이 사랑을 받기보다 오히려 엄마아빠에게 사랑을 잔뜩 주고 떠난 민식이. 엄마는 진짜 잠깐 9년 동안 천사가 왔다 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식이 보내고 나서 정말 아무것도 못 해요”라며 “민식이는 그 길을 혼자 갔잖아요. 아빠가 여기서 남은 애들을 지켜주면, 내가 가서 민식이 지켜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민식이 아빠가 요즘 걱정을 많이 해요”라고 고백했다.

민식이 아빠가 방송 출연을 신청한 이유도 그런 아내가 걱정돼서였다. 매일 울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아내가 마음이 아팠다.

민식이 아빠는 “큰아들 민식이를 잊을 수 없지만, 남은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기운 내자… 힘내보자’라고 하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이후 진행된 눈 맞춤 시간. 두 사람은 아들이 떠난 후 이날에야 처음 서로를 마주 보게 됐다.

민식이 엄마는 눈 맞춤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한없이 눈물만 흘리는 아내 앞에서 민식이 아빠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민식이 엄마는 울며 그런 남편을 향해 “모르는 척해서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모르는 척해서 미안해. 나만 힘든 것 아닌데… 당신도 힘들 텐데…”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힘겨워하는 아내를 위해 참고 또 참아왔던, 그동안 버티고 버텨왔던 남편은 아내의 미안하단 말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아내에게 “많이 힘들지?”라고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다시 사과했다.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잘났었으면, 네가 그렇게 힘들게 가게 일 안 했을 거고.

그럼 우리 민식이도 허망하게 안 갔을 텐데…”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민식이 아빠는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민식이 엄마는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내일 49재인데… 민식이를 이제 보내줘야 한대. 아직 준비가 안 됐어…

10달을 품고 9년을 키웠는데 어떻게 49일 만에 더 좋은 데 가라고 보내.

그래서 하늘에 계신 할머니한테 빌었어. 내가 갈 때까지만 민식이 손 붙잡고 다니라고. 따뜻한 밥 좀 먹여 달라고…

근데 그거 내가 해야 하는 거잖아. 엄마아빠 보고 싶다고 무섭다고 기다릴 것 같아”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민식이 아빠는 “우리가 더 열심히 살아야지… 남은 아이들도 챙겨야 하니까. 민식이도 그걸 바랄 거야”라며 “기운 내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이에 민식이 엄마는 “그동안 모르는 척해서 미안해. 당신도 힘들 텐데… 아이들도 참는데 나만 못 참아서”라고 다시 한번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닌데… 노력할게”라고 다짐했다.

“그게 엄마래… 노력할게”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남편은 그런 아내를 향해 “많이 도와줄게”라고 말하며 두 팔을 뻗어 아내를 품에 안았다.

떠나간 아이를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하는 엄마아빠는 서로의 품에서 한참 눈물을 쏟았다.

민식이는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못한다. 하지만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과 또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이들 엄마아빠는 그날 이후 스쿨존 법안 발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청원을 하고 거리에서 서명 운동을 펼친다.

이른바 ‘민식이법’, 아이의 이름을 딴 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카메라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발생 시 가중 처벌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민식이는 그렇게 저희 곁을 떠났지만, 그런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하니까…

민식이 이름 뒤에 ‘법’이 붙었잖아요. 이렇게 쓰라고 지어 준 이름이 아니에요.

(그래도) 민식이법이 ‘민식이를 위한 길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있는 거예요”

엄마아빠가 떠나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