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몽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미발표 논문 3편 분석

2021년 06월 1일 오전 10: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4:26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미발표 논문 3편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며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의혹을 재점화했다.

이 3편의 논문은 각각 2014년, 2017년, 2019년 통과됐으며 중국어로 작성됐다.

기사에 따르면, 스정리(石正麗) 박사를 비롯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그동안 몇 차례 발표했던 성명 및 논문과 이 3편의 미공개 논문에 담긴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았다.

르몽드가 전문가 20명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미공개 논문을 분석, 밝혀낸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공 바이러스 의혹의 중심에 선 스정리 박사가 찾아냈다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RaTG13’이 사실은 2017년 통과된 논문에서 언급된 샘플 ‘BtCoV/4991’(Ra4991)이라는 것이다.

이는 작년 7월 스정리 박사가 ‘사이언스’로부터 받은 질의를 응답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스정리는 편의상 알아보기 좋게 이름만 바꿨을 뿐 두 샘플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르몽드가 밝혀낸 쟁점은 스정리가 이름만 바꿨다는 두 샘플에서 분석해낸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두 샘플의 염기서열은 약 1~1.5%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가 미생물학에서는 매우 결정적일 수 있다.

르몽드는 이에 대한 해명을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으며 지난 20일 기사를 한 차례 업데이트하면서도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로 나뒀다.

다른 하나는 스정리 박사가 채취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중 공개되지 않은 샘플들이 있다는 것이다.

스정리는 지난 2020년 2월 ‘네이처’ 논문에서 연구대상으로 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RaTG13’을 윈난성 머장(墨江)의 한 폐광산에서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은 네이처에 게재한 다른 논문에서 해당 광산에서 ‘RaTG13’외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8종을 채집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8종의 바이러스에 관한 데이터를 연구소 측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개된 연구소의 미발표 논문에 따르면 최소 1종은 연구소 측에서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를 일부 공개하지 않거나 기밀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공 바이러스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재앙 상황에서, 재앙의 진원지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데이터를 쥐고 내놓지 않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스정리 박사의 논문은 중공 바이러스의 기원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로 굳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미발표 논문에 대해 보도한 프랑스 르몽드지 기사 | 르몽드 웹사이트 화면 캡처

하지만 스정리 박사는 ‘RaTG13’과 ‘Ra4991’은 이름만 바꾼 같은 샘플이라고 해명한 뒤, 왜 염기서열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마침 연구소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채취한 다른 샘플들이 최소 1개 이상 보관된 것이 드러났다.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스정리 박사와 연구원들이 여러 개의 샘플을 가지고 연구를 하면서도 ‘RaTG13’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샘플에서는 어떤 특성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는지, 연구소는 왜 이를 감췄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절차다.

이 밖에도 스정리 박사는 해당 폐광산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다가 사스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심각한 폐렴에 걸린 남성 4명의 샘플 13개를 입수해 검사했지만 중공 바이러스를 검출하지 못했다고 작년 11월 네이처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르몽드가 분석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미공개 논문 중 2014년 통과된 논문에서는 당시 연구소에 총 30개의 샘플이 냉동돼 전달됐고 모든 샘플에 대해 정밀검사를 시행했다고 기록했다.

이를 종합하면 스정리 박사와 연구진은 샘플 30개를 검사했지만 ‘13개 검사, 코로나19 미검출’이라고 발표한 것이 된다.

스정리 박사가 거짓말을 했거나 2014년 논문이 잘못됐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공 바이러스를 둘러싼 중국 측의 궤변이 길어지면서, 이를 질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