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푸틴의 결정적 패착, 그가 간과한 ‘치명적 2가지 요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22년 03월 21일 오후 5:07 업데이트: 2022년 03월 22일 오후 9:4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전에 철저하게 계산되고 준비되었다. 2021년 12월 15일에 열린 ‘중·러 화상 정상회담’은 연례적인 회담이 아니었다. 기저에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 2. 24)을 위한 ‘사전조율’의 성격이 짙다.  

 중·러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 포괄적인 ‘연합행동 확대’를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타이완을 포함한 아태지역에서 ‘중국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며, 미국 주도 반(反)중 연대인 ‘쿼드(QUAD)와 오커스(AUKUS)’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푸틴은 시진핑과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그 와중에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푸틴이 간과한 ‘2가지’ 판단 착오가 그를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회복 불가의 곤경에 빠뜨렸다.   

 O 중·러 ‘올림픽 연대’ 과시

 중·러 화상 정상회담에 이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매개로한 중·러 연대 강화도 푸틴의 오판을 부추겼다. 서방세계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서방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나 홀로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에 대한 중국의 환대는 그를 근거 없는 자신감과 독선에 빠지게 했다. 

 푸틴은 올림픽 당일(2월 4일) 저녁 중국 국영 CCTV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한 서방국가들을 비판했다. 이에 고무된 중국인들은 “푸틴이 참석했으니 서구의 마귀 같은 지도자들은 오든 안 오든 상관없다”고 외쳤다. 이렇게 올림픽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양국 정상회동의 백미는 올림픽 개막식 날 발표된 공동성명이다. ‘새 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적 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추가 확장에 반대하고 나토는 냉전 시대의 이념화된 접근법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미(反美)’ ‘반(反)서방’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상호 공조’할 것을 수면 아래에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이 종료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군사행동을 유예하는 묵계가 이뤄졌다. 

 

O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가 러시아를 자극했나? 

 우크라이나의 공공연한 NATO 가입 시도가 러시아의 침공을 불렀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월 24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초짜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침공의 빌미”를 주었다고 했다. 추미애 전법무장관은 ‘정치적 경험이 크게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unexperienced comedian president)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녀의 발언이 2월 25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캡처(capture)되면서 큰 곤경을 치렀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NATO 가입 시도가 우르라이나 침공의 빌미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앤젤라 스텐트 미 조지타운대 명예교수가 지난 1월 말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es)’에 기고한 글 ‘푸틴 독트린’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푸틴의 궁극적 목적은 유럽연합, 일본과 미국이 촉진해 온 냉전 이후의 자유롭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폐기하고 러시아가 통제하기 쉬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이 바라는 “새 체제는 러시아·미국·중국이 세계를 3극 영향권으로 분할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가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가설(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녀는 푸틴이 2004년 발트해(海) 3국이 나토에 가입할 당시 나토 확장에 대해 외교적으로 극력 항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토 확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핑계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NATO 가입으로 인한 안보 위협이 아니라 향수 젖은 소련 영토에 대한 통제권 회복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이유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우크라이나를 ‘비(非)나치화’하겠다는 푸틴의 주장도 그녀는 언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한다. ‘비(非)나치화’란 우크라이나가 나치에 지배되고 있다는 뜻인데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유태계 출신이라는 것이다.  

 체제적인 관점에서 공산주의 종주국 독재국가(러시아)는 ‘주변국가의 민주주의화’를 용인하려 들지 않는다. 일(一)당독재 체제와 다(多)당제를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재국가가 주변 국가를 설득하는 논리는 “체제 전복을 위해 위험을 무릅쓸 만큼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주의 체제에 순응하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푸틴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친(親)서방 행보가 아닌, ‘국민투표로 선출된 민주정부’로서의 젤랜스키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수식을 제하고 나면 러시아 푸틴과 중국 시진핑은 ‘독재하기에 편리한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민주 정치질서의 폐기’인 것이다. 푸틴과 시진핑은 독재자라는 ‘동병상련’을 앓고 있다.  

 

O 3일 만에 무너져야 할 우크라이나가 버티는 힘의 원천   

 푸틴은 길어도 3일이면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로 진격한 러시아 군에 ‘3일치의 식량과 실탄’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동계 올림픽 폐막을 기다린 뒤 침공했지만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낸다면 해빙기에 진흙뻘로 변하는 우크라이나 자연 조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는 크게 고전하고 있다. 2월 24일을 기점으로 하면 거의 한 달 가까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전선은 교착상태이다. 군수물자와 인력의 피해는 러시아가 훨씬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항전의 원천은 무엇인가? ‘유발 하라리’가 2월 28일 자 ‘가디언’(Guardian)에 기고한 “러시아가 전쟁에 이미 진 이유? (Why Putin has already lost this war)”는 실로 많을 것을 시사한다. 교전 중임에도 ‘러시아가 이미 전쟁에서 졌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국가는 종국적으로 스토리 위에서 만들어진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당장의 어려운 시대가 끝난 뒤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전할 스토리를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저항 정신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는 “스토리는 국가가 세워지는 정신자산이며 스토리의 힘은 탱크보다 강하다. 러시아도 스토리 속에서 만들어졌다. 푸틴 자신도 어렸을 때 레닌그라드 전투에서의 독일의 잔혹함과 러시아인의 굴하지 않는 용기에 대한 스토리를 듣고 자랐다”는 것이다. 푸틴은 지금 비슷한 스토리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푸틴 자신이 히틀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제2차 대전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위대한 애국전쟁’(Great Patriotic War)이다. 소비에트 공산당 지도하에 ‘독일군을 끝내 물리쳤다’는 스토리를 체화시킨 작명(作名)인 것이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를 상대로 위대한 애국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善戰) 그 이상의 전과를 올리는 데는 서방세계가 지급해 준 대(對)전차 미사일 ‘재블린’과 대(對)헬기 ‘스팅어’ 미사일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무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러시아를 상대로 위대한 애국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저항 의지가 바로 우크라이나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 것이다. 푸틴이 간과한 첫 번째 실책인 것이다.    

 

O 예상을 뛰어 넘는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 

 러시아는 우크라아나를 침공하면서 서방세계로부터의 경제제재를 충분히 예상했다. 러시아는 나름 대비책을 마련했다. 해외 금융 의존도를 낮추고 러시아 경제를 ‘요새화’한 것이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자국의 경제 시스템을 ‘탈(脫)달러화’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대외 지급준비금은 2015년 말부터 70% 이상 증가해 현재 6,306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달러 보유량을 2020년 6월 22.2%에서 지난해 말 16.4%로 줄였다. 달러를 줄인 만큼 유로화, 금, 위안화 등을 늘렸다. 러시아가 경제를 요새화하는 동안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원유 수입량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서방세계에 대한 방어무기로 여겼다. 러시아를 제재하는 순간 ‘러시아가 에너지 밸브를 잠그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자국 경제 요새화 전략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서방세계와의 교류를 최소화하면서 요새화하는 동안 ‘저성장이 구조화’된 것이다. 2013년 이후 세계 경제가 연평균 3%씩 성장하는 동안 러시아 성장률은 연평균 0.8%에 불과했다. 경제적 요새화를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한 것이다.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제는 전방위적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이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SWIFT)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결제망에서의 배제는 군사무기 이상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것도 러시아 금융시스템에는 치명적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는 3월 3일 러시아 신용등급을 ‘Baa3에서 B3등급으로’ 무려 6단계를 낮췄다. 피치(Fitch)사도 같은 날 ‘BBB에서 B’로 6단계 낮췄다. 러시아 신용등급은 하루아침에 ‘낮은 중간 등급’(Lower Medium)에서 ‘매우 위험 등급’(Highly Speculative)으로 강등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신흥국 지수’에서 러시아 주식시장이 배제됐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 배제되면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자금줄이 막히게 된다. 러시아 증시는 폭락세를 면할 수가 없다. 러시아는 침공 후 4일간 증시를 닫아야 했다

 ‘루블화’ 폭락은 당연한 것이다. 2021년 12월 31일 달러당 74.79루블 하던 루블화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월 28일 기준으로 달러당 110.65루블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 75루블로 1달러를 교환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달러를 얻기 위해서 110루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번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누구도 가치가 추락하는 루블화 표시 금융자산을 보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금융시장은 패닉상태이다. ‘비상상황’에서  6300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고로 루블화를 방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정상 상태하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600억 달러 정도이니 러시아의 루블화 방어능력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야한다.  

 미국 국적의 글로벌 기업도 러시아를 공격하는 ‘전략자산’으로 변했다. 애플, 구글, 그리고 맥도날드 등 미국 국적의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서비스 제공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부는 이미 철수했다. 러시아의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푸틴은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미국의 경제력을 과소평가했다. 한국도 중국 눈치를 보면서 러시아 제재에서 한 발 빼고 있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뒤늦게 제재에 합류했다. “수출 상품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경우 러시아 수출 시 미국의 승인을 받으라”는 요구가 날아들면서 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중·러 신(新)협력시대’를 외쳤지만 중국이 러시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러시아는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러시아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미국의 경제력이 전략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 푸틴은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가 가져올 충격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가 간과한 2번째 패착이다.
 
O 에필로그: 군사력에 의한 ‘힘의 정치’ 한계에 직면 

 섣부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푸틴은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포격으로 푸핀은 ‘전범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러시아 입장에서 ‘턱밑까지 NATO 회원국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NATO 회원국이 되겠다’는 주장도 일리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사실상’ 실패는 국제 정치질서 측면에서는 역설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병합하려는 패권국가의 외연 확장은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에서 보듯이 작동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면서 대만을 병합하려는 ‘중국의 패권주의’도 수면 이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가장 큰 변화는 좌파의 ‘종전 지지 선언’이  빛을 바랬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재 패권국 연대로서의 ‘중·러 신(新)협력’이 서방세계의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도 수확이다. 중국으로부터 예속을 막기 위해서도 ‘대한민국은 해양세력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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