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中 외교관, 美 민선의원에 ‘표현의 자유’ 억압 서한…비윤리적”

윤건우
2020년 02월 18일 오후 3:54 업데이트: 2020년 02월 19일 오후 12:25

“귀하께서 아시다시피 대만은 중국의 일부입니다. (대만 총통 선거) 당선자에게 축하서한을 보내거나 선거 관련 법안이나 결의문을 제출하거나 취임식에 사절이나 대표를 파견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만 관리의 미국 방문 초청 등을 포함해, 대만과 어떤 공식적인 접촉도 피해야 합니다.”

지난 8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미 주지사들 앞에서 한 장의 서한을 언급했다. 이 서한은 뉴욕주재 중국 총영사의 외교관이 지난 1월 한 주의회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표현을 빌면 몰래 저지르는 ‘비윤리적(nefarious) 행위’다.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연례회의 연설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개방성을 부당하게 이용해 연방·주, 지역 수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며 “중국 공산당이 뉴욕에 보낸 대리인이 선거로 뽑힌 미국 의원에게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지 말라’는 정부 공식서한을 보냈다고 생각해보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는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의 매우 많은 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강조한 폼페이오 장관은“미국의 각 주에 있는 중국 공산당 대표들은 모두 워싱턴의 (중국) 대사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빌 브라이언트 전 미시시피 주지사가 겪은 일을 전했다.

브라이언트 전 주지사는 중국 총영사(휴스턴 주재)에게서 ‘대만행을 취소하지 않으면 중국의 투자항목 하나가 취소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으나, 결국 대만행을 선택했다.

주지사나 의원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장도 중국 공산당의 회유와 협박 대상이다. 지난해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내 기후회의에 대만 대표를 초청했다가 중국 공산당의 압박에 취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장관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개 고등학교 교장마저도 끝까지 쫓아다닌다. (중국의) 의도와 체계성, 심각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천인계획(千人計劃)도 언급했다. 천인계획은 해외에 진출한 자국 과학기술인재를 중국 인재로 확보한다는 목적을 내세우지만, 연구성과를 중국으로 그대로 가져오거나 해외의 우수한 기술·연구 유출을 부추기는 불법성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아울러 공자학원에 대해서도 주지사들의 경각심을 주문했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문화 교육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공산당 선전기관이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주리대·캔사스대·메릴랜드대 등이 자체 심사를 통해 공자학원 폐쇄를 결정했고, 다른 22개주 학교들도 비슷한 조치를 내렸거나 시행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은 대학뿐만 아니라 519개의 공자교실을 통해 전미 12학년 이하 학교를 장악함으로써 미국의 학생들에게도 영향력 행사를 시도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중국과 더 많이 소통하면, 중국이 미국처럼 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리라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시진핑 지도체제에서 중국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인민을 더 탄압하고, 더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더 약탈적인 경제관행을 시행하며 더 공격적인 군사태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협력할 수 있는 의제가 있다”며 “믿지만 검증하라”는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신중한 태세를 갖춰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폼페이오 장관은 덧붙였다.

이날 연설 말미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주지사들에게 퇴직연금 같은 지역 내 펀드 흐름에 대해서도 주의를 주문했다.

플로리다 연기금이 투자한 한 기업은 중국 공산당의 중국 내 소수민족 및 종교단체 추적을 지원하는감시장비 업체에 투자했고, 캘리포니아 연기금은 인민해방군에 물자를 공급하는 업체에 투자해, 퇴직연금으로 되레 미군의 생명을 위험하게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