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지원 결정…“미군에 맡길 것”

한동훈
2022년 03월 9일 오후 12:16 업데이트: 2022년 03월 9일 오후 4:55

폴란드 외무부 “독일 미 공군기지로 옮길 준비 완료”
“알아서 사용해달라”…러시아와의 직접 충돌 회피책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는 8일(현지시각) 자국 공군이 운용하던 28대의 미그-29 전투기 전량을 독일 내 미국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그 운용을 미국에 맡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던 대로 전투기를 지원하되, 직접 지원하는 대신 미국에 공을 넘기는 형태를 취했다. 이미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책’으로 평가된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NATO) 회원국 등 서방 국가들에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면서, 자국 조종사들이 추가적인 훈련 없이 바로 조종할 수 있는 소련제 전투기 제공을 희망한 바 있다.

이날 폴란드 외무부는 다른 나토 회원국에도 그들의 항공기를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 폴란드 외에도 구 소련연방 국가였던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는 미그-29 전투기를 각각 12대, 16대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는 또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도 “이에 적절한 작전 능력을 갖춘 중고 항공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즉각 “우리와 사전 협의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거리두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폴란드 정부가 오늘 이 같은 발표를 했다”며 “청문회가 끝나고 내 자리로 돌아가 이번 사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폴란드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날 폴란드가 보유 중인 미그-29 전투기 전량을 미군 공군기지에 보내 미국의 처분에 맡길 채비를 마쳤다고 나오자, 이는 미국과 협의한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미국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러시아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폴란드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개입을 사리는 모습이다.

폴란드의 마르친 프르지다츠 외무차관은 7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폴란드 공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항공기에 개방하지 않을 것이며, 폴란드 항공기들도 우크라이나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 다른 폴란드 정부 관계자 역시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전투기 제공과 관련해 나토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폴란드가 전투기 제공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미국 정보당국과 다수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스터리한 전략’를 펼치고 있다.

당초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 개시와 동시에 대규모 공중전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제공권을 장악하고 지상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오늘날 현대전의 상식이기도 하다.

Destroyed armored carrier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서 약 5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도시 하르키우 중심가에서 교전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2022.2.28 | Sergey Bobok/AFP via Getty Images/연합

그러나 전쟁이 열흘이 넘도록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적은 항공기만 투입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70여 대의 항공기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전투기 투입 자제는 우크라이나군이 그동안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러시아의 제공권 장악은 우크라이나로서도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나토를 향해 전투기 등 무기 지원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면 결국에는 미군 혹은 나토 연합군이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할 위험성이 있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진영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 요청과 관련해 “공항을 제공한 국가는 이번 분쟁에 개입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6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루마니아를 비롯한 인근 국가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