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 가뭄…中 극단적 날씨,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

강우찬
2022년 09월 22일 오전 9:46 업데이트: 2022년 09월 22일 오전 10:09

올여름 중국의 기록적 고온과 가뭄으로 인한 전력 공급 부족에 쓰촨성 폴리실리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 태양광·자동차배터리 등 원자재 공급망에도 타격이 가해졌다.

쓰촨성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보름 동안 총 21개 도시 중 19곳에서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전력 중단은 당초 5일간으로 예정됐으나, 두 차례 연장되며 30일까지로 늘어졌다.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의 필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실리콘 생산은 전력 중단의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는 산업이다. 생산 공정을 중단한 후 원래의 생산용량을 회복하기까지 통상 10~15일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반도체공업협회(CSIA)는 이러한 정전 사태로 인해 8월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예상보다 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쓰촨성은 중국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의 16%를 차지한다. 퉁웨이그룹, 진코솔라, GCL폴리, 베이징 JYT코퍼레이션 등과 같은 업계 주요 기업들이 쓰촨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6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80%,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 생산능력의 97%를 보유하고 있다.

쓰촨성에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이 몰린 것은 창장(양쯔강)의 풍부한 수력 자원을 바탕으로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시작된 고온과 가뭄으로 강물이 증발하면서 쓰촨성은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앞서 한 달 전 중국 남부지방에 61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중국의 여름 날씨가 가뭄과 폭우의 극단적 변화를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중신건투증권(CSC)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뭄으로 인한 정전은 퉁웨이그룹 용샹 공장의 실리콘 생산라인 2곳(각 연간 10만톤급), GCL폴리의 러샨 공장 생산라인 2곳(각 연간 3만톤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또한 약 65기가와트 규모의 웨이퍼와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리튬은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가장 중요한 원료 중 하나다. 중국 리튬 화합물 생산 핵심 지역인 쓰촨성은 리튬을 포함하고 있는 광물인 스포듀민(spodumene) 매장량이 중국 내에서 가장 많으며, 중국 내 리튬 생산능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쓰촨성은 풍부한 리튬 자원과 리튬 생산업체에 대한 전기세 우대 정책으로 지난 몇 년간 배터리와 배터리 재료 제조업체들을 대거 유치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요 베터리 공급 업체이자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닝더타임스)과 BYD(비야디)는 각각 쓰촨성 내 이빈시와 충칭시 비산구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 거점기지를 두고 있다.

중국의 거대 리튬 가공 회사인 ‘톈치리튬’은 쓰촨성 쑤이닝시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거대 리튬 가공 회사인 ‘간펑리튬’도 쓰촨성 쉔한현에 리튬 화합물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쓰촨야후공업그룹’은 중국의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의 주요 제조사 중 하나이다. 또한 쓰촨성 내에는 ‘성신리튬’, ‘톈이리튬’과 같은 리튬 가공 회사들도 존재한다.

상하이비철금속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첫 6일간의 정전으로 쓰촨성 내 생산량이 탄산리튬은 1120톤, 수산화리튬은 1690톤, 리튬배터리의 주요 3원료(니켈, 코발트. 망간)는 500톤 감소했다. 각각 전체의 1~8%에 해당한다.

쓰촨성 정전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와 상하이자동차(SAIC)의 부품 공급 및 출하에 영향을 미쳤다.

두 공장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관련 부품과 관련해 우선공급권을 부여해달라는 서한을 쓰촨성 당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쓰촨성 성도인 청두시에 소재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의 현지 합작법인 공장도 정전 사태로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도요타 청두 공장은 생산을 계속하기 위해 공장 내부 발전기를 별도로 가동해야 했다.

쓰촨성과 충칭시의 전자제조업은 해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IT 매체 ‘이(Yi)매거진’은 청두-충징 지역의 IT산업이 현재 세계 제조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전 세계의 노트북 3대 중 1대, 휴대전화 10대 중 1대가 충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 판매되는 애플 아이패드의 70%, 노트북의 20% 가까이가 청두에서 생산되고 있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수리전문가인 왕웨이뤄 박사는 중국의 가뭄이 무분별한 댐 건설로 강물의 흐름을 끊고 물을 가둬서 빚어진 인재(人災)라며 향후 비슷한 정전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과 리튬 전지 산업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 완화 및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