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주운 돈으로 어린 손자들에게 ‘뽀로로 케이크’ 사주고 싶었던 할아버지

김우성
2021년 02월 9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8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할아버지는 손자들과 함께 빵집에 들렀다.

그래도 일 년에 하루뿐인 크리스마스인데, 애들 좋아하는 케이크라도 하나 사주고 싶었다.

오랜만에 빵을 먹을 생각에 신난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는 흐뭇하면서도 ‘혹시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한 누리꾼의 사연이 소개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글쓴이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인사를 하니까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가 손자들 손을 잡고 들어오셨다”며 “형이랑 동생이 장갑을 하나씩 나눠서 끼고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손에 할인마트 종이백을 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입은 낡은 옷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 옷을 사주신 모양이었다.

정작 자신은 추운 겨울에 고무신을 신고, 보풀이 다 일어난 옷을 입고 있었다.

글쓴이는 “그 할아버지네 사정을 엄마에게 들어서 안다”면서 “아이들이 9살, 7살인데,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보육원에 보내려는 걸 할아버지가 데려다 키우신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폐지와 박스, 빈 병, 고철 같은 걸 주워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글쓴이도 항상 가게에서 나온 폐지를 할아버지께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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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진열대를 빤히 보고 있던 손자들은 고심 끝에 ‘뽀로로 케이크’를 골랐다. 당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케이크였다.

동생은 다른 빵도 먹고 싶은 듯 빵 진열장을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사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글쓴이는 아이들이 고른 케이크를 포장해서 계산대로 가졌다. 가격을 부르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글쓴이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셨는데, 모두 만오천 원이었다”며 “그런데 케이크 가격이 이만 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가격을 듣고 할아버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고, 뭔 케이크가 그렇게 비싸. 아가씨 미안한데 잠시만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더 뒤졌지만, 나온 건 백 원짜리 동전 몇 개뿐이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난처한 얼굴로 손자들을 바라봤다. 손자들은 케이크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뽀로로 모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글쓴이는 “그 모습을 보는데 애들을 무척 좋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울컥했다”며 “케이크를 못 사고 그냥 돌아가 버리면 할아버지도, 아이들도 실망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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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이 든 글쓴이는 자신이 계산을 잘못했다고, 케이크 가격이 만오천 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케이크와 고깔모자 세 개를 넣어 드렸다. 모자란 돈은 자신의 지갑에서 꺼내 채웠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매니저마저 빵을 한가득 담더니 할아버지와 손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고 한다.

글쓴이는 “할아버지는 다 아시고 나가시면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시더라. 아이들도 따라서 같이 인사하는데 마음이 훈훈해졌다”며 “크리스마스에 아르바이트해서 짜증이 났는데, 할아버지와 아이들 덕분에 마음이 꽉 찬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사연은 지난 2011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음 공개된 사연으로, 최근 다시 알려지면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