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앞둔 여가부 놓고 찬반 여전…“폐지 마땅” vs “신중해야”

이윤정
2022년 04월 21일 오후 5:25 업데이트: 2022년 04월 21일 오후 5:53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여성계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를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우선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한 상태다.

NTD는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오세라비 작가, 김소연 변호사, 전혜성 바른인권여성연합 사무총장,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오세라비 “편향된 여성정책이 성 갈등 부추겨”

오세라비 작가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필요한 이유로 “여성의 인권만 생각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전 국민이 공감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새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작가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유엔개발계획(UNDP)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GII)’를 인용해 “한국에서 여성 차별은 없다. 한국은 최고 수준의 성평등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부가 21년째 (여성정책을) 해오면서 여성을 위한 법률 제정, 여성을 위한 정책 제도 등이 더 이상 할 게 없을 정도로 갖춰져 있다. 스토킹 방지법도 국회 통과됐고 디지털 성폭력 범죄 예방도 원스톱으로 다 돼 있다”며 “여가부의 과도한 여성정책이 오히려 성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녀노소 모두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에서 여성 편향적 정책·시설만 계속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성차별이라고 본다”며 “여성들을 자꾸 피해자, 희생자, 약자 프레임에 가두는 건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오 작가는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을 불행하게 할 뿐”이라며 “남녀 갈등이 없는 행복한 사회를 위해선 페미니즘을 벗어나 휴머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라비 작가(좌), 김소연 변호사 | NTD 화면캡처

김소연 “여성단체, 회계감사 받고 부패·비리 근절해야”

김소연 변호사는 “여가부 폐지는 물론 여성단체에 대한 회계감사를 시행해 부패행위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가부가 정부 내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여가부를 비롯해 여성단체들이 성역화돼 있는 게 제일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여기저기서 받는 자발적 후원금이야 어떻게 쓰든지 상관없지만, 국가 예산으로 편성한 돈을 정기적으로 받아서 쓰고 있으면 당연히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안 한다”면서 이들 단체는 보조금을 부정 사용하거나 상담 실적을 부풀리는 등 비리를 일삼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시의원 시절이던 2019년 여성가족부 산하 대전 성폭력방지상담소의 비리를 폭로했고 해당 상담소는 자진 폐쇄했다.

이어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한민국 헌법 체제하에서 특정 성별을 특별 취급하는 부처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여성 인권 신장에 관한 문제들은 이미 해결된 게 많은데 아직도 페미니즘이라는 이념을 주장하면서 그 이념을 정책으로 만들고 예산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혜성 “‘성평등’ 정책 속 젠더 이데올로기에 주목해야”

전혜성 바른인권여성연합 사무총장은 성평등 속에 감춰진 젠더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다.

전 사무총장은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해 “내가 인식하는 것이 나의 ‘성’이 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성’을 말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세상에는 남성, 여성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젠더(gender)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성역할도 고정된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성을 나의 성 정체성으로 삼는 것으로 변질됐다. 여성가족부가 내세우는 성평등 정책은 동성애, LGBTQ도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LGBT는 여자 동성애자인 레즈비언(lesbian), 남자 동성애자인 게이(gay), 양성애자인 바이섹슈얼(bisexual), 성전환자인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최근에는 LGBT에 성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사람(queer 또는 questioning)의 머리글자인 Q를 더해 LGBTQ로 쓴다.

전 사무총장은 이런 정책이 과연 여성을 위한 것인지 반문하며 최근 성공회대에 설립된 ‘성중립화장실’을 예로 들었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성중립 화장실’이라고도 불리는 ‘모두의 화장실’이 지난 3월 16일, 국내 대학 최초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문을 열었다. 학교 측은 “화장실에 성별 구분을 하지 않아 태어났을 때의 지정 성별과 태어난 후의 성별 정체성이 다른 성 소수자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사무총장은 “여성의 성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화장실”이라며 대표적인 게 조두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전 사무총장은 “여가부의 각종 정책과 법률이 여성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평등’은 개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누구나 그 기회를 통해 각 개인이 자유롭게 노력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국회의원 여성 할당제, 임원 할당제 등에 대한 요구에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근본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장(좌), 전혜성 바른인권여성연합 사무총장 | NTD 화면캡처

손숙미 “여가부 폐지, 신중해야…‘양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 필요”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위원장은 “20~30대 여성들에게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여성의 지위가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면서 “(여가부 폐지가) 일부 남성들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겠지만, 젊은 여성들을 비롯해 여성계의 반발을 불러와 남녀 갈등이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위원장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특정 업무를 이관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여성 정책이 아니더라도, 가족 정책이나 청소년 정책, 권익 증진 등의 업무는 전담 부처에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성범죄는 법무부로, 양육은 복지부로, 여성 노동자는 노동부로 보내는 식으로 여가부 역할을 이관하게 되면 처벌에 역점을 두게 돼 피해자를 아우르면서 예방하는 정책은 하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또 장관이 하던 정책을 ‘국’이나 ‘과’에서 하게 되면 수동적으로 될 수 있고 정책도 약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손 위원장은 여가부를 폐지해선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들었다.

손 위원장은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평등이 많이 실현됐지만, 사회 분위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육아 휴직제도가 있지만 아이가 아프니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냐는 것이다.

이어 부처 명칭에서 ‘여성’이란 글자는 없애야 한다면서 “여가부의 한국 명칭과 영문 명칭(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이 불일치한다는 지적이 있다. ‘양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그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목표와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위원장은 여가부의 확대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하며 “앞으로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휴머니즘 차원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추구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