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200억원 기부했는데 ‘240억 세금폭탄’ 맞은 기부자가 울면서 한 말

김연진
2020년 10월 30일 오전 9:4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15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남성.

그는 나눔의 기쁨을 누릴 새가 없었다. 오히려 큰 충격에 빠졌다. 나라에서 기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세금을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200억원 기부, 240억원 세금.

지난 2018년 별세한 故 황필상 박사의 이야기다. 최근 삼성의 ‘상속세 폭탄’ 논란이 일면서 황 박사의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황 박사도 세금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큰 상실감을 맛봐야 했고, 당시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도 불거졌다.

연합뉴스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힘겨웠던 황 박사는 지난 1991년 생활정보신문 수원교차로를 만들고 큰돈을 벌었다.

이후 2002년 자신이 운영하던 수원교차로의 전체 주식 중 90%를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200억원에 준하는 가치였다.

황 박사는 “죽어서 썩을 것, 아껴서 뭐 하나. 인생에서 재산을 갖고 있는 것이 저에게는 큰 부담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황 박사의 기부금은 장학 사업에 쓰이며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2500여명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가 기부한 주식에 대해 세금을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세금은 무려 140억원에 달했다.

YTN

‘공익법인에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하면, 초과분에 대해 최고 50%의 상속,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상속증여세법 제48조가 그 근거였다.

심지어 “자진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벌금 성격으로 가산세가 붙었다. 그렇게 황 박사가 내야 할 세금은 140억원이 됐다.

결국 황 박사는 이를 납득할 수 없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면서 시간이 지체됐고, 그러는 사이 세금은 240억원까지 불어났다. 황 박사는 고액 체납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기부를 안 했더라면, 이런 욕도 보지 않고 여전히 부자로 남아 있었을 텐데…”라며 씁쓸한 심정을 털어놨다.

KBS

다행히도 지난 2017년에야 대법원이 황 박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금 폭탄은 면할 수 있었다.

이듬해 황 박사는 별세했다. 황 박사는 마지막까지 선행을 이어갔다.

지난 1994년에 “내가 죽으면, 내 시신을 연구용으로 모교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던 약속을 실제로 지킨 것이다.

그렇게 황 박사의 시신은 아주대병원에 전달됐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생전에 나눔을 실천한 고인이 숨을 거둔 후에도 선행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