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전통 가정 붕괴 가속화…휴머니즘 운동 필요”

[인터뷰] 오세라비 미대행 여성·청년위원장

추봉기, 이윤정
2020년 11월 12일 오후 4:09 업데이트: 2020년 11월 16일 오전 9:55

지난 10월 초 근거리 거래자들을 이어주는 중고물품거래 앱 ‘당근마켓’에 “36주 된 아기를 20만 원에 입양 보낸다”며 아기 사진과 판매글이 게시돼 큰 충격을 주었다. 이 게시글을 올린 이는 20대 미혼모였고, 혼자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그런 글을 올렸다지만 자신의 아기를 상품처럼 거래물품 목록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처음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오세라비 미래대안행동 여성·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전통 가정이 얼마나 붕괴됐는지, 도덕과 윤리가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가정을 파괴하고 해체하게 만드는 이유에는 경제적 문제, 정서적 이유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페미니즘(Feminism·여성주의)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1960년 이후 서구에서는 페미니즘, 성 해방, 동성애 권리를 포함한 다양한 반(反) 전통 운동이 급부상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전통 가정이었다는 게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미국 현대 페미니스트의 대모라 불리는 베티 프리단은 저서 <여성의 신비>에서 “가정은 안락한 포로수용소, 가정주부는 수감자”라고 주장하며 페미니즘의 초석을 다졌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작가 시몬느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모성애는 중요하지 않다. 낙태는 후회할 일이 아니다”라며 제2차 페미니즘 열풍을 이끌었다.

1970년 초 ‘여성해방운동’이라 불렸던 페미니즘은 모두 여성의 불평등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기조를 계승했다.

오 위원장은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가 여성억압의 원흉이고 가정은 가부장제의 본산이라고 주장한다”며 “여성이 가정에서 해방돼야 한다며 끊임없이 가정을 공격하고 이성애 주의를 와해시키는 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가정의 위기는 사회적 위기

오 위원장은 페미니즘이 혼인율, 출산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5~6년 전부터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화됐다”며 “가뜩이나 혼인율,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페미니즘 이데올로기 확산은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23만 9천 2백 건으로 2018년보다 7.2%(1만 8천 5백 건) 감소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 | 통계청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이미 2018년 0.98을 기록하며 세계 최초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 2천 7백 명으로 1년 전(2018)과 비교해 2만4천여 명이 감소했다. 혼인율 감소 폭과 거의 같은 비율이다.

오 위원장은 “페미니즘 열풍을 타고 젊은 여성들에게 비혼은 하나의 유행처럼 됐고,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 숨통 끊기’를 비혼 운동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비혼을 넘어 반혼(혼인에 반대)을 주장하는 20대 페미니스트들도 많다”며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짧은 청춘 시기에 페미니즘 이데올로기에 함몰되는 건 서글픈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오 위원장은 “이혼율이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한부모 가정이 증가하고 특히 편모 가정이 더욱 빈곤의 늪에 빠지게 된다”며 “가정의 위기는 사회적 위기”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11만 800건으로 2018년보다 2% 증가했다. 통계개발원 연구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은 2.3건(2014년)으로 OECD 평균 2.1건보다 높다. 당연히 한부모 가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연구보고서는 2016년을 기준으로 한부모가구는 154만가구, 미혼모·미혼부는 3만 3천명이라고 전했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총 23만 가구)으로 지원받고 있는 비중이 전체 한부모가구의 15%에 불과했으며, 모자·부자 복지시설은 51개소, 미혼모복지시설은 60개소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건수 및 조이혼율 추이 | 통계청 홈페이지 캡처

오 위원장은 초중고에서 연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이뤄지는 성교육 내용이 급진적 페미니즘 이론과 동일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8년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와대 청원이 등장해 2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하지만 페미니즘 교육이 성적 의사결정권을 통해 평등한 인간관계를 지향한다는 명목으로 성소수자를 옹호하거나 여성 우월주의를 강조한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성교육 책자가 동성애를 미화·조장하고 남녀 간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논란 끝에 여가부가 회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부터 아이들이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나다움 어린이 책 교육문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성인지 감수성 등을 다룬 책들을 선정해 전국 초등학교와 도서관에 배포했다.

해당 책들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포괄적 성교육’ 내용을 그대로 담아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초등학생들에게 성관계를 장려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란이 되자 여가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페미니즘 성격이 강한 인사들이 교육부, 여가부 등에 포진하면서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성의 다양성을 강조하려다 빚은 무리수”라며 “성교육이란 미명 아래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지점에서부터 우리가 할 일은 ‘휴머니즘’ 관점에서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숨죽이고 살며 고단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미혼모, 미혼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 페미니즘 정책으로 남녀갈등 심화”

혼자 힘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의 신생아 유기, 이 과정에서의 신생아 사망 등이 몇 년째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정치권은 좀더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페미니즘 사상이 인기를 얻자 정치권은 페미니즘을 보편적 사상으로 받아들였다”며 “정부의 친 페미니즘 정책으로 남녀갈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남녀 분리주의와 사회분열을 촉발하는 여성 전용시설은 이제 그만 만들어야 한다”며 “성차별을 없애겠다면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또 다른 성차별, 성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남성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국내 여성 전용시설을 나열했다. 오래전부터 대학에 설치된 ‘여학생 전용 휴게실’부터 여성 전용주차장, 여성 안심택배,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근로여성전용 임대아파트, 지하철 여성 전용칸(부산지하철 1호선), 여성 전용흡연구역(고속도로 휴게소 대부분), 여성전용여행 ‘스마트앱’ 보급 등이 있다.

지자체에 따라 특정 구역에 여성 전용엘리베이터, 여성 전용계단, 여성 전용피트니스센터 등 ‘여성 전용’이란 이름을 붙인 서비스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여성안심 귀가길’이란 여성 전용도로까지 등장했다.

물론 최근 늦은 시간 길을 오가는 여성,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들에 대한 범죄가 늘고 비좁은 출퇴근 시간 전철 안이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남성에 비해 훨씬 많아 불필요한 것을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이해와 더불어 미혼모와 그 아기들의 안전과 생명 유지 역시 같은 선상에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안심 귀갓길 | 연합뉴스

오 위원장은 또한 불분명한 개념의 ‘성인지 감수성’을 강요하는 것도 남녀갈등을 부추기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은 그럴듯한 담론이지만, 페미니즘에 기원을 두고 있다”며 “2018년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정도로 페미니즘 광풍은 사법 체계까지 점령했다”고 지적했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감성 정도로 해석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정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에필로그

‘당근마켓 아기’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11월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 앞 드럼통 위에서 탯줄 등이 달린 신생아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교회는 미혼모들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데, 전날 밤 10시경 20대 미혼모가 아기를 두고 간 곳은 베이비박스 맞은편 드럼통 위였다.

비까지 오는 밤을 지난 아기는 다음날 오전 5시 30분경 지나던 행인에게 발견됐다.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 여리디여린 생명은 베이비박스에서 고작 1m 떨어진 드럼통 위에서 사그라든 것이었다.

경찰이 CCTV를 통해 아기를 두고 간 20대 여성을 찾아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멈춰버린 아기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