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HNA 그룹, 中 고위층 자금 해외반출에 협조 정황

이윤정
2021년 02월 3일 오후 6:08 업데이트: 2021년 02월 4일 오전 9:50

중국의 금융 서비스 대기업인 HNA(海航·하이항) 그룹이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HNA그룹이 지속해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자 채권자들이 지난달 29일 법원에 이 회사의 파산을 신청했다. 

이후 당국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HNA 그룹에 구조 조정을 명령했다.

HNA 그룹은 한때 거침없는 해외 기업 인수(M&A)로 사세를 불리며 글로벌 야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에 항공, 부동산, 호텔, 물류 사업을 거느리며 총자산 1조 위안의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하이난성에 본사가 있고 주력 기업은 하이난 항공이다.

하지만 수년간 해외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쌓인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

HNA 그룹은 주로 부채로 조달한 500억 달러(약 55조 원)로 자산을 매입했다. 2017년 힐튼 호텔 지분 25%,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지분 10%, CIT그룹 항공기 임대 사업부 등을 인수해 광범위한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소유했다.

하지만 HNA 그룹의 글로벌 기업 사냥은 2017년 막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인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하에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시기였다. 

이후 HNA 그룹은 부채가 2019년 6월 말 기준 7천억 위안(약 120조 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부채를 갚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도이체방크, 래디슨 홀딩스 등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 지분 10%를, 지난해 12월에는 IT 유통업체 잉그램 마이크로를 70억여 달러에 매각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지난해 해외여행이 금지되면서 HNA 그룹의 주력 사업인 하이난 항공이 큰 타격을 입었고 잇따른 경기 침체로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HNA 그룹은 중공 고위층이 해외로 자금을 반출하는 데 협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고위층과의 유착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HNA 그룹은 중공 관료들이 당국의 자본 규제를 우회하여 고위층 간부를 대신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통로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또한 글로벌 기업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사업 구조를 이용해 기업의 실 소유자를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까지 HNA 그룹 소유자는 투자 신탁, 정부 기관 및 중소 벤처기업으로 구성됐다. 대주주 13명은 중개회사를 통해 이 회사 지분 76%를 장악했으며 상위 기업 일부는 중소기업이나 주거용 아파트 주소로 등록돼 있다.

같은 날 HNA 그룹의 3개 계열사는 주주 및 기타 관계자들이 1백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횡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주주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