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약’, 트럼프는 왜 탈퇴했나?

2017년 06월 12일 오후 1:17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4:21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이후 협약)을 탈퇴한다고 선언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탈퇴 선언으로 세계 각국의 정치권과 학계, 언론으로부터 비난이 잇따를 것을 그도 짐작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을 탈퇴한 이유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은 협약이 미국의 경제, 노동자와 납세자 등 국민의 이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국가경제연구협회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2040년까지 협약을 준수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 3조 달러 손실 및 산업 650만 개 일자리 상실을 감당해야 한다. 협정이 회원국 간에 구속력이 없고 차별하는 점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약 탈퇴해야 할 근거가 됐다.

세계는 왜 협약 재협상을 거부하나

트럼프는 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회원국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다시 돌아와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회원국이 이에 반대하며 거절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협약의 자금과 기술의 주요 내원인 것과 관련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협약에 의하면 선진국은 2025년까지 매년 개발도상국이 에너지 구조와 산업 기술을 개선, 발전하는 데 도와주고 1000억 달러를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원금 1000억 달러 중 75%에 달하는 750억 달러를 150여개 회원국 중 미국 혼자 부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약은 미국 경제에 무거운 재정 부담만 주는 불공평 협약인 것이다.

회원국 간 차별 대우

회원국에 할당된 각 온실가스 배출 감소량이 다른 점도 미국으로선 경쟁력을 잃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협약에 의거 미국은 2025년까지 배출량을 이전보다 26~28% 감소해야 한다. 즉 연간 16억 톤씩 감소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G2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오염국이 됐지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최대치로 올릴 수 있으며 이후 감축 모드로 돌아설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앞으로 13년 동안 아무 구속 없이 탄소 배출을 늘릴 수 있고 석탄발전소를 수백 개 건설할 수 있으며 인도도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배로 늘릴 수 있다. 유럽조차 석탄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면서 “미국은 오히려 석탄 산업을 폐지해야 한다. 파리협약은 미국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감축 목표에 달성하려면 배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를 먼저 제한하고 건물과 전기 에너지, 석탄‧석유 산업에 감축 조치를 취하는 등 분명 미국의 경제 성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볼 때 협약은 회원국이 탄광 일자리를 없애고 환경 품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자리를 미국에서 외국으로 옮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과거 ‘아메리칸 네트워크’에 인터뷰하면서 “미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최선을 다할 때 세계 최대 오염국인 중국은 배출 감소 의무 없이 우리의 이익을 넘보고 있다”면서 “이 협약은 사기극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이용해 돈과 이익을 챙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콧 프루이트(Scott Pruitt) 미국 환경보호국 국장은 협약이 탄소 배출량 감소 계획에 중국과 인도를 포함하지 않아 환경 보호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협약에 따라 인도는 2.5만 억 달러를 지원받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하지 않아도 되고 중국은 2030년 전까지 아무 제한도 없다”면서 “우리는 2000~2014년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18% 줄이고도 오바마 정부는 여전히 파리에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파리협약의 최대 결점은 회원국이 협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5년마다 점검하면서 재협상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목표 실행도 회원국의 자율에 맡기기에 최종 협약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