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투자 축소 신호탄? 트럼프, 연방 퇴직연금 중국주식 투자 차단 가시화

캐시 허
2020년 05월 13일 오후 4:18 업데이트: 2020년 05월 13일 오후 5:02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정부의 대결이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책임 소재에 이어 새로운 전선으로 확대됐다. 연방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12일 백악관 안보 보좌관과 국가경제위원장이 노동부 장관에 ‘연방 공무원 저축계정’(TSP·Thrift Saving Plan) 기금으로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서한을 보냈다.

연방 공무원 저축계정(TSP)은 백악관 직원들과 연방 공무원, 미군 등 약 590만 명의 연방 근로자들이 가입한 공적 연금이다. 5570억 달러(682조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중국 주식 투자에 대해 “연방 근로자들의 돈을 중대한 국가안보 위험과 인도주의적 우려가 큰 (중국) 기업들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한을 받은 유진 스캘리아 노동부 장관은 TSP 기금을 운용하는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에 별도 서한을 보내 이 같은 백악관 측의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중단을 요청했다.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는 5명의 이사로 구성됐으며 임기는 4년이다. 현재 5명 이사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서한 발송에 앞서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 신규 이사진 인선을 물색하는 등 물밑 작업을 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프랭크 던레비(Frank Dunlevy)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 최고경영자(CEO) 등 투자 전문가 3명을 신규 이사진으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백악관과 가까운 이사진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사진 나머지 2명은 각각 미치 매코넬 상원의장(공화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지명하지만, 아직 교체 여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주식 투자’는 올 하반기 예정된 모건스탠리의 MSCI 세계지수(ACWI)에 대한 투자다.

해당 지수는 미국을 제외한 기업들로 구성됐으며, 중국기업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국기업 가운데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들도 포함됐다.

미국 의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해당 지수에 편입된 중국 기업이 중국 정부의 군사 활동, 스파이 활동, 인권침해 등을 지원·가담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투자 계획이 그대로 이행되면, 미국 공무원과 군인들의 퇴직연금으로 쓰이는 돈이 미국과 미군에 위해를 가하는 데에 잘못 쓰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의 ACWI 투자 계획은 지난 2017년 투자자문으로 영입한 인사컨설팅 기관인 에이온 휴잇(Aon Hewitt)의 “신흥시장으로 투자를 확대하라”는 조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 이사진 지명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연방기금이 중국에 투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연기금의 대중 투자 축소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