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빌미된 ‘의사당 습격’…사복경찰 선동 증거 나왔다

한동훈
2023년 03월 27일 오전 11:35 업데이트: 2023년 03월 27일 오전 11:35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근거가 된 미 연방 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사복 경찰들이 시위대에 섞여 의사당 습격을 선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워싱턴DC 지방검찰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관할 지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최근 논란이 된 영상의 촬영자가 워싱턴 광역 경찰청(MPD) 소속 잠입 수사관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해당 영상은 2021년 1월6일 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의사당 북서쪽 계단 부근에서 촬영됐으며, 사복 차림 수사관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은 바디캠이다. 문제는 수사관들이 영상만 찍은 것이 아니라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을 선동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영상의 공개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영상의 촬영자가 잠입 수사관이라는 것과 영상에 아무런 조작이 가해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지난 24일 미 소셜미디어 ‘럼블(Rumble)’에 공개된 이 영상(링크)을 보면, 잠입 수사관 3명은 시위대에 섞여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의사당 습격을 부추겼다.

한 수사관은 특히 “누군가 총에 맞을 거야”라고 여러 번 말하며 불안감을 조장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의사당을 향해) 계속 가라”고 외쳤고, 한 남성에게 의사당 건물에 올라가라고 했다. 다만, 이 남성은 “안 된다. 나는 내 자전거를 지켜야 한다”고 거부했다.

수사관들은 “늪을 비워라!”, “우리 의사당”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조 바이든, 우리는 당신의 해명을 듣고 싶다, 이 XXXX  소아성애자, 사탄숭배자야 XXXX”라고 욕설을 섞어가며 선동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위대는 웃음을 터뜨릴 뿐 그의 구호를 따라 하진 않았다.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광역 경찰청 소속 잠입 수사관이 시위대를 향해 의사당 계단을 오르라고 소리치면서 시위대의 모습을 촬영했다. | 워싱턴 광역 경찰청 영상 캡처

수사관들은 의사당 습격을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직접 가담하기도 했다.

한 수사관은 사다리를 타고 의사당 난간에 올랐고, 자신의 뒤를 따르는 한 남성에게 “자, 갑시다”라고 말한 뒤 “그것(사다리)은 내버려 두고”라고 했다. 다른 이들도 오를 수 있도록 사다리를 그대로 두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의사당 부지에 진입하고서는 사람들에게 계단을 올라 더 깊은 곳까지 진입하도록 독려했다. 한 수사관은 “자, 가”, “가라, 가”라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의사당 계단을 오를 것을 재촉했다.

검찰, 법원에 경찰 바디캠 영상 비공개 요청

이 영상은 당초 법원 증거물로 비공개돼 있었지만, 의사당 습격 사건 피고인 중 한 명인 윌리엄 포프가 지난달 21일 법원에 일반 공개 청구하면서 최근에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포프는 의사당 습격 사건과 관련해 7개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으나, 법무부에 의해 사건 관련 증거물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있어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관련 영상물의 공개를 청구해왔다.

이에 워싱턴DC 지방검찰은 포프가 여론재판을 시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켈리 모란 검사는 “피고인은 사건과 무관한 제3자와 영상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증거물 보호를 해제할 권리가 없다”며 “법원이 아닌 언론에서 사건을 재판하려는 그의 시도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포프 쪽의 주장에 기울고 있지만, 이번 영상이 공개된 정확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포프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그 지역에서 분명히 선동했다”며 다른 지역에서 촬영된 경찰의 바디캠 영상 역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번 사건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우리는 이제 그 표면을 긁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2명의 잠입 수사관이 워싱턴 의사당 북서쪽 구역에서 애슐리 바벳의 뒤에서 걷고 있다. 앞서 수사관 한 명은 앞서 “누군가 총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윌리엄 포프 제공

포프가 공개를 요구한 다른 영상에서는 의사당 사건 당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애슐리 바벳(당시 35)의 모습과 그녀의 뒤를 따르는 잠입 수사관의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이 수사관이 “누군가 총에 맞을 것”이라고 말하고 난 후 1시간 만에 바벳의 총격 사망이 발생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바벳은 의사당 내부에 난입했다가 의사당 경찰의 총격으로 쓰러진 후 결국 숨졌고, 그녀의 사망은 의사당 습격 사건의 야만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거론된다.

한편, 경찰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워싱턴 광역 경찰청은 약 30명의 잠입 수사관을 파견했으며 이들은 왼쪽 손목에 특수밴드를 착용해 서로를 식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기사는 조셉 한네만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