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700명이 확진판정을 받는 등 우한 폐렴이 감염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공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주 정부 등이 발병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500억 달러의 재난 구호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와 병원이 환자 치료의 유연성을 갖도록 연방규제와 법에 대한 면제를 줄 비상 권한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또한 “병원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며 모든 병원이 비상 대응 계획을 작동할 것을 요청했다.
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재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도 발표됐다. 연방이 소유한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하고, 에너지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우한폐렴 환자가 병원과 의료기관에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 보건소 등 기타 시설에 수십억 달러 자금을 동원해 보건소등 기타 필요한 곳에 진료소를 늘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캘리포니아 산불 및 중서부에서 발생한 홍수 재난 시 스태퍼드법에 따라 긴급사태를 선언했음을 언급했다. 레이건 행정부 말기 스태포드 상원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재난방지 및 대응 관련법인 스태퍼드법은 대통령에게 ‘긴급사태’를 선언하는 등 많은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선출직 공무원 다수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하면서 백악관에서 긴급 선언에 뜻을 모았다. 한편, 미국 병원협회 및 의료협회의 의사와 간호사 단체는 트럼프 행정부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수백만 명의 치료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14개 주(州)는 전역에 휴교령을 내려 다음 주 2~3간 학교를 폐쇄하고, 2개 주는 부분 휴교 조치를 했다. 스포츠 대회, 콘서트, 예배 등 대규모 공공 집회도 금지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학적으로 발병을 극복하기 위해 (감염) 규모와 범위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한 폐렴 대응을 위한 지원 패키지 법안 계획을 발표했다. 감염여부 진단을 위한 검사와 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오는 16일 화상회의를 열어 백신 개발 및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질병 발생에 대해 긴급 선언을 한 사례는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이다. 당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뉴욕과 뉴저지 등 동부 해안에만 비상사태를 선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