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위대 ‘동상 쓰러뜨리기’ 움직임에 “잔인한 검열” 비판

보웬 샤오
2020년 06월 22일 오후 4:10 업데이트: 2020년 06월 27일 오전 10:57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이후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된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들은 문화대혁명 당시를 떠올리며 섬찟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화유산 파괴”라며 비난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시위대가 시내 공원에 세워졌던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동상을 쓰러뜨리고 머리 부분을 깃발로 싸맨 뒤 불을 붙였다.

동상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집단학살 식민주의자” “BLM(흑인 생명도 소중)”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앞서 14일에는 포틀랜드 고등학교 외부에 세워졌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마스 제퍼슨 동상이 쓰러뜨려 졌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동상에는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과 ‘노예주’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19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국가인 ‘성조기’의 가사를 쓴 작가 겸 시인 프랜시스 스콧 키의 동상이 쓰러뜨려 졌다.

텍사스주 흑인노예 해방 기념일인 이날 시위대는 시내 공원에 세워졌던 동상을 쓰러뜨린 뒤 노예제도와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글로 낙서했다.

스콧 키의 동상 인근에 세워졌던 율리시스 그랜트 사령관의 동상도 재난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랜트 사령관은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를 이끌어 노예해방을 가능하게 한 장군이자 미국 18대 대통령이었다. 그는 흑인들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흑인들을 행정부 요직에 임명했었다.

그러나 일부 인종차별 반대론자들은 그랜트 장군이 결혼하면서 가족을 통해 노예를 소유한 일을 두고 극심하게 비난해왔다. 당시 그랜트는 약 1년 후 해당 노예를 석방했다.

현장을 촬영한 한 동영상에는 와이어를 감아 동상을 쓰러뜨린 뒤 환호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담겼다.

이러한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은 샌프란시스코 현지 CBS와 인터뷰에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권리와는 무관한 시위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내 관광명소 벤추라 시티홀 앞에 세워졌던 스페인 선교사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동상이 무너졌다.

후니페로 세라 신부는 미국 건국 초기 서부지역에 가톨릭을 전파한 인물로 2015년 성인에 추대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워싱턴 주재 스페인 대사관은 트위터에 “동상 파괴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그가 인디언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기울였던 거대한 노력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 확산 이후 중단됐던 유세를 110일 만에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은 ‘동상 넘어뜨리기’ 움직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 은행센터(BOK)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잔인한 검열과 배제는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가치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폭력 시위대)은 우리의 유산을 파괴해, 그 자리에 자신들의 새로운 억압적인 정권을 세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동상 쓰러뜨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조지 플로이드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가 안티파(Antifa)를 비롯한 급진적 세력에게 “납치됐다”는 다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유세에서 “좌파 무장세력이 우리 역사를 파괴하고 동상을 철거한다”며 “그들은 절대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통제에 따르지 않는 자는 처벌하고 지우고 박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해당 국가의 역사를 부정하고 전통 유산을 파괴하고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방식은 공산주의 지지자들의 상투적인 혁명 수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다.

공산주의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계 미국인 사회에서는 시위 양상이 “문화대혁명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판 문화대혁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같은 의견이다.

재미 중국 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 “문화대혁명과 비슷하다. 특히 목적이 같은데 전통을 부정하고 궁극적으로 정권을 탈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마르크스주의 연구가인 트레버 루돈(Trevor Loudon)은 동상 철거를 “문화유산을 지우는 마오주의 전술”이라며 “마오주의는 (공산주의적) 새 인간, 새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6년부터 10여 년간 지속한 문화대혁명은 중국 공산당에서도 “재난”이라는 이례적 부정 평가를 한 재앙적 사건이었다. 홍위병으로 불린 10~20대 시위대가 전국에서 문화유산을 “낡은 것”이라고 싸잡아 매도하고 파괴했다.

당시 공자상이나 불상 등 성현들의 동상, 회화, 사당 등이 이들의 집중적인 파괴로 사라졌으며 머리나 얼굴 등이 없어져 일부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