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설 부인하는 이란에 의혹 제기

페트르 스바브
2019년 09월 18일 오후 2:56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9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설’을 부인하는 이란에 대해 과거 드론 격추를 부인했던 전례를 들어 의혹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의 정찰용 드론을 격추한 사건과 비교해 16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이 같이 주장했다.

“이란이 (우리) 드론을 격추했을 때를 기억하라. 실제로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영공’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것이 매우 큰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강하게 고수했다. 이제 그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에 (드론) 공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두고 보자.”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에 공격이 발생한 후, 예멘 반군은 자신들이 아브카이크 탈황 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아람코는 이번 화재로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체 산유량의 절반 정도인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의 8월 집계 자료를 바탕으로 대조해 보면 이번 테러로 사우디 일일 원유 생산량의 58%, 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의 5.5% 이상 보급이 중단됐다.  브렌트유 기준, 원유가격은 16일 새벽 배럴당 69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13일 이후 16% 가까이 올랐다.

사우디 정부는 6월 비축분 1억8800만 배럴을 끌어다 부족한 생산량을 보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비축분 6억4500만 배럴을 방출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아람코의 작전 상황을 브리핑한 두 현지 소식통은 사우디 석유 생산이 정상 복귀하려면 수 개월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전해왔다.

 

비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격이 예멘 쪽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다. 이란이 국제 원유 공급망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며 이란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가 아닌 ‘주체’로 지목했고, 다음 날 이란 정부는 그 비난을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 순항미사일을 출격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싱크탱크 국제평가전략센터의 아시아 군사담당 릭 피셔 선임연구원 또한 “공격 후 발견된 미사일 파편으로 보아, 이번 공격이 이란제 수마르 순항미사일이거나 후티 반군이 사용한 Quds-1 미사일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마르 미사일은 2015년에 처음 알려진 이란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이다. 러시아 KH -55를 무단 복제한 버전이다. 앞서 이란은 중국과 함께 1999~2001년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미사일 KH -55를 각각 6기씩 구입했다.

후티 반군과 싸우고 있는 사우디 주도 이슬람 대테러 군사동맹(IMCTC)은 기초 조사를 통해 이번 공격은 이란의 무기로 단행됐으며, 예멘에서 발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커튼 뒤의 중국

피셔 연구원은 사우디-이란 간 긴장 고조의 수혜국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이란은 대리자, 즉 후티 반군을 무장시켜 비난을 면하고자 한다. 또한 중국은 더 큰 대리인 이란을 무장시켜 비난을 면하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중동에)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중국이 자국의 궁극적인 이익을 위해 미국에 맞서면서 양쪽(이란과 사우디)을 모두 겨루려는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상당량을 이란과 사우디에서 구입한다. 피셔 연구원은 중국이 원유를 이란과 사우디에 의존함으로써 미국을 난처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분쟁에 너무 깊이 개입하면 전쟁에 휘말릴 수 있고, 소홀히 대하면 중국이 원유자원 안정화를 명분으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는 모양새다. 2015년 예멘 내전이 심화될 때 예멘 정부에 맞선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아왔고, 예멘 정부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은 사우디에 대규모의 무기 판매를 했고 사우디 공습에 대한 정보 제공 및 표적 지원뿐 아니라 자국 항공기에 대한 공중급유까지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평화의 근본 문제”라며 중동 분쟁의 중재자 구실을 자임하고 나섰다. 반이스라엘을 주장하는 아랍 연맹과 연대하고, 시리아 분쟁에도 간섭의 뜻을 보이는 등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미국과 대립 구도일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충돌도 불사할 준비”, “이란과 협상이 창구 개방”을 동시에 일관되게 말해왔다.

그러나 로이터·AFP 통신과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다음 주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캘리포니아를 방문중인 그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하니와 내주 만날 가능성이 여전히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필요가 있는지 결정했느냐는 질문에는 “국제 유가가 크게 급등하지 않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준비가 돼 있지만, 현 시점에 당장 방출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의 공격적인 행동

2018년 5월, 미국이 이란과 합의한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군사적 핵 프로그램의 항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포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중단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등 중동 테러리스트 그룹 지원 중단 ▲시리아에서 이란군 철수 등 12가지 조건으로 새로운 핵 합의를 제시했다.

이란이 새로운 핵 합의 체결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모든 대이란 제재를 최대 6개월 안에 부활시켜 ‘역사상 최강 제재’가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미국 드론이 이란의 공격으로 격추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공격을 승인했으나,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 돌연 취소했다. 대신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지시했다고 복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사이버 공격 목표물에는 혁명수비대나 정보기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드론 격추 1주일 전인 6월 13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포탄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해 책임을 부인한 이란을 비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 중 한 척의 선체에 지뢰를 제거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이란이 개입된 증거를 없애려 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폭스뉴스는 미국 고위관리의 말을 빌어 이란이 테러 현장에 도착한 미군 무인기를 격추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7월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어기고 원유를 시리아로 밀반입하는 이란 유조선을 영국의 도움을 받아 억류했다. 이번에도 이란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고 7월 19일 영국 국기를 게양한 스웨덴 소유의 유조선을 나포했다.

7월 18일 미 해군 수륙양용 함(USS Boxer)이 이란 드론을 격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거리까지 접근한 이란 무인기가 ‘물러나라’는 여러 차례의 호출을 무시했기에 선원의 안전을 위해 ‘방어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했다.

7월 22일 이란정보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간첩 17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진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8월 20일 미국 드론이 예멘 상공에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고 복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이란과 핵 협상

이란 핵 협정(JCPOA)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과 독일, EU와 이란이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7월에 체결했다.

그 후 3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을 철회하고, 이 협정으로 해제됐던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를 다시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핵협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이 2026년까지 수천 대의 고급 우라늄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이 협정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미국은 수개월간 이란에 재협상할 기회를 준 후, 결국 협상을 철회했다.

이란은 나머지 서명국과 협상을 재개하려 했지만 EU는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무역 메커니즘을 고안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협정 파기와 제재 복구를 일제히 비판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입장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란은 우라늄 광석을 기체 상태로 바꾼 육불화 우라늄(UF6)의 규제 한도인 300kg 이상을 축적했다고 지난 7월 1일 공식 확인했다.

또한 7월 7일, 이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을 5% 농도 이상으로 증가시키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우라늄 농축 한도 3.67%를 넘은 것이다.

이란은 이처럼 공개적으로 핵 협정에서 맺은 우라늄 비축 한도와 농축 한도를 넘었다고 발표하며 핵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미국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