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하루 전날 애국교육 복원 행정명령 서명

하석원
2020년 11월 3일 오후 3:09 업데이트: 2020년 11월 3일 오후 8:4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애국교육을 추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방금 ‘1776 위원회’ 설립 명령에 서명했다. 우리의 학생에 대한 급진적 세뇌를 멈추고 학교에 애국교육을 복원하겠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의 한 유세현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적 가치를 교육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구상은 지난 9월 시작됐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폭동이 미국 독립 혁명 주요 인물들의 조형물 철거로 번진 데 따른 대응이었다.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미국 건국사의 인종적 면모를 부각한 공격은 일방적이며 분열적”이라며 “노예제의 굴레를 떨쳐내고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려 한 용감하고 성공적인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잘못된 연구에 기반을 둔 논쟁이 건국과 그 유공자들을 비방하고 있다면서 “많은 학생이 이제 학교에서 자기 나라를 미워하고, 건국에 헌신한 남녀를 영웅이 아니라 악당이라고 믿도록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교육은 대체로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 지방정부에서 관할한다. 연방정부가 애국주의적 관점의 역사교육을 장려해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지는 지방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다.

행정명령은 “미국 교육의 복원은 정확성, 정직함, 통합적, 고무적, 고상함을 원칙으로 지역 수준에서 최대한 성공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학부모와 지역 학교 위원회에 교과과정 선택권 등의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건국사 다시 쓰기로 논란을 빚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1619 프로젝트’에 관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좌파는 미국의 이야기를 기만과 오류, 거짓으로 비틀고 왜곡하고 더럽혔다”면서 뉴욕타임스의 ‘1619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그는 “비판적 인종 이론, 1619 프로젝트, 미국사에 대한 독한 선전 전쟁이라는 이념적 독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의 시민적 유대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프랑크푸르트학파가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아 구축한 사회주의 철학적 비판이론이다.

일부 우파 인사들은 비판이론과 비판적 인종 이론이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전복해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를 실현하려는 장기적 계획이라고 비판해왔다.

1619 프로젝트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쓴 동명의 탐사보도로 촉발됐다. 미국 건국을 독립선언(1776)이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노예가 들어온 1619년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해당 기사로 그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독립혁명이 개인의 자유와 자연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노예제를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1619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에 편입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우파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좌파 렌즈를 통한 미국 역사 다시 쓰기 시도”라며 “미국을 생기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학생들에게 세뇌하며 증오를 주입한다”고 비판한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에 편입한 학교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학자협회(NAS)는 ‘1619 프로젝트’ 대표 저자인 니콜 한나-존스 기자에 수여한 상을 취소할 것을 퓰리처상 위원회에 지난 10월 요구했다.

협회는 유명 역사가들이 해당 프로젝트의 “잘못된 사실관계, 그럴듯한 일반화, 억지 해석”을 지적하고 있으며 한나-존스에게 이를 알렸지만 그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