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원 다카 폐지 불가 판결에 “법률적 해결방안 찾겠다”

재니타 칸
2020년 06월 19일 오후 7:15 업데이트: 2020년 06월 20일 오전 6:38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다카) 폐지에 제동을 건 미 연방대법원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 대법원은 절차상의 문제점을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다카를 폐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카 폐지명령이 “임의적이고 자의적”이어서 행정절차법(APA)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카는 16세 이전에 미국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들이 31세까지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운전면허 취득, 건강보험 자격도 주어진다.

오바마 정부 시절 도입된 이 제도의 전체 수혜자는 약 70만명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평균 나이는 24세다.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끔찍한 판결”이라며 “공화당 지지자나 보수주의자로서 자부심을 지닌 사람들의 면전에 산탄총을 쏜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많은 재판관(Justice)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카) 재추진, 수정헌법 등 다른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며 11월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윗에서 “대법원에도 새로운 판사가 필요하다”며 다카, 피난처도시, 인구조사 등 여러 이슈에서 불리한 판결이 내려졌음을 언급했다.

이어 “만약 급진좌파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당신의 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유권), 생명권, 국경안보, 종교자유 외 많은 것들이 중단되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더 많은 재판관”, “새로운 판사”는 연방대법원을 비롯해 사법부에 사회자유주의적 좌파 재판관이 아닌 보수주의적 재판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대법원 재판에서는 사회자유주의 성향 대법관 4명이 폐지를 반대하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에 합류하면서 5대 4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이 다카 정책 자체에 대해 찬성하건 반대한 것은 아니어서 재추진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만,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재추진은 시간상 어렵다고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다카 판결은 매우 정치적이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자신은 “정치적이지 않은 법률적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해결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 폐지는 2016년 대선 공약 사항이다. 대선 당시에도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2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하 불법체류자 440만명 중 170만명이 다카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으로 추산됐다.

폐지 반대여론이 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통해 추진했고 의회 내 이민협상이 결렬되자 직접 행정명령으로 공약 이행을 시도했다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시행이 무산됐다.

다카 찬성파는 부모의 불법이민 결정으로 자녀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논리를 편다. 다카 수혜자 중 적잖은 이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또한 다카가 종료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 경제적 비용에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미래 노동력이 위협받고 고용주들에게 엄청난 비용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카 반대파는 다카 도입이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행정권력 강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다카를 도입하면서 의회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서도 불법적인 행정권력을 행사해 정책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다카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미국에 이민하거나 귀화하는 다른 이민자들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다카가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행정권력으로 도입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 축소는 의회가 이 문제를 논의할 기회의 창을 제공하는 점진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8년 전 미국 가정의 일원으로 길러진 젊은이들을 추방으로부터 보호했다. 오늘, 나는 그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로 인해 행복하다”고 썼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다카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로 ‘연방 드림법안’(The American Dream and promise Act 2019)이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소년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상원에 계류 중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대법원을 포함한 미국 사법부에 대한 인적 재구성 논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까지 보수 성향 대법관 후보명단을 새로 발표하겠다며 “이 명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상원 공화당 의원들을 국가의 장기적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젊은 보수 성향 판사를 지명하는 등 사법부 재구성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은 고등·항소법원 판사 51명과 대법관 2명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연방판사 198명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