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英 제외, 유럽에 30일간 입국 금지…韓 여행제한 조기해제 검토”

미미 응우옌 리
2020년 03월 13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0년 03월 17일 오후 12:49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의 입국·여행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경제,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한 달 동안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한국과 중국은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제한조치와 경고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9시(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여행을 30일간 중단한다”며 13일 자정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것과 맞물린다.

유럽 발 여행자의 미국 입국 금지령에 솅겐 지역의 국가가 아닌 영국, 아일랜드 등은 제외된다. 1985년 솅겐 협약에 가입한 유럽의 26개국은 통행의 편의를 위해 유럽의 자유 이동 존을 체결했다.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외국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에 맞서는 가장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노력”이라며 “이러한 강경한 조치로 시민들에 대한 위협을 줄이고 신속하게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규제 대상이 “여행자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이라고 언급해 운송품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적절한 검사를 거친 미국인은 제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국민담화에 이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발 30일 여행 제한에 따라 무역에는 어떤 경로로든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제한조치는 상품이 아닌 사람”임을 분명히 했다. 우한 폐렴을 핑계로 대유럽 무역장벽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솅겐 지역에서 최근 14일 이내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서안에 서명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히텐슈타인,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가 해당한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조기 행동으로 생명을 구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유럽과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대응을 놓친 유럽 국가를 비판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중국 및 핫스팟(우한 폐렴 집중 발생지역)으로부터의 여행을 제한하는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지금과 같은 펜데믹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회가 우한 폐렴 대응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83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음을 상기시키며, 주요 지역에서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약품 및 의료용품 구매를 할 수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83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25억 달러의 3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예산안이 너무 빠르게 만들어졌다. 이는 심하게 양극화된 워싱턴(미국 정가)에서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당리당략은 그만두구 “연민과 사랑으로 행동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돌보고,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뭉쳐야 이 도전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기준 미국내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36명이다.

미국이 유럽에 대한 전면 입국 제한 조치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CNN은 “한 세대 동안 미국 대통령이 이만큼 심각한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1월 31일 중국발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를 단행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유럽까지 일시 차단했다.

2014년에서 2015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가 미국에 확산할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의료진과 의약품’으로 막을 수 있다며 국경을 폐쇄하지는 않았다.

역병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에 장벽을 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완화 조치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면 여행경보 조기 해제할 수 있는지 재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대구 지역에 대해서만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 나머지 지역은 3단계(여행 재고)를 발령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뒤 미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여행 경보 3단계로 격상했다. 모든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경고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