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유제’ 중국, 감염 확산 속 재산권 놓고 지방당국-주민 대치

허젠(何堅)
2020년 06월 27일 오후 10:24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03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계속되는 중국 베이징에서 강제철거를 둘러싸고 주민과 경찰 등 수백여 명이 대치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베이징 창핑(昌平)구 문화산업거주지역 내 고급주택단지 ‘프리우스’(普瑞斯堡) 입구에서는 단지 주민들이 겹겹이 서서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주민들은 “전염병이 확산되는 엄중한 시기에 왜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지방당국은 “법원 판결에 따라 예정대로 철거를 진행하겠다”고 강행 방침을 밝혔다.

당국은 준 군사조직인 무장경찰 부대를 현장에 출동시켜 주민들을 압박했지만, 주민들은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맨몸으로 막아서며 결사항쟁의 전의를 드러냈다.

대치 사태가 벌어진 창핑구는 베이징시 북서쪽 교외지역이다. 면적 1352㎢로 서울시(605㎢)의 두 배가 조금 넘는 이곳은 경치가 좋아 관광시설로 유명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5일 창핑구의 고급 단독주택 단지 내에 붙은 ‘불법주택’ 강제철거 공고문이었다. “법원의 강제 철거 결정에 따라 7일 이내 판결을 집행하겠다”는 일종의 최종 통고였다.

창핑구 지방당국은 단지 내 주택을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주민들은 ‘재산권 방어’에 나섰다. 주민들은 단지 입구에 초소를 설치하고 보초를 서며 당국의 기습적인 철거에 대비했다.

주민들의 작심 대책은 그간 지방당국이 벌이는 ‘반칙 플레이’에 대한 경험의 산물이었다.

베이징 창핑(昌平)구의 단독주택단지 프리우스 캐슬(普瑞斯堡) 입구에서 강제철거를 막으려는 주민들과 진입하려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주민 제공=에포크타임스

주민 천즈헝(陳子恒·가명)씨는 지난 18, 19일 이틀 동안에도 “밟고 밟히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단지에 무장경찰들이 출몰했는데 제복 아래 드러난 팔뚝에는 문신이 있었다. 당국이 조직폭력배들에게 경찰복을 입혀 주민들을 겁주게 했다는 것이다.

창핑구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강제철거와 관련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작전’이 펼쳐진 적도 있었다.

강제철거 지역 인근 도로에서 음료수 운반 트럭 전복사고가 발생해 음료수 수백 개가 도로 위에 쏟아지자 철거지역에서 맞서던 주민들이 ‘공짜’ 음료수를 챙기러 자리를 비운 사이 당국이 강제철거를 끝낸 사건이었다. 트럭 전복사고는 지방당국에서 꾸민 일이었다.

프리우스 단지 주민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자, 창핑구 당국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경찰봉과 방패를 든 무장 경찰들을 파견해 강제 진입을 시도한 것. 그게 22일 대치 상황이었다.

현재는 당국이 경찰병력을 물리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극한 대립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이 얕게는 개인의 재산권 문제에서, 깊게는 중국의 구조적 모순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토지 공유제’를 실시한다. 토지의 사적인 소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개인·단체는 국가로부터 토지를 빌릴 수만 있다(사용권 구입).

또한 중국의 토지는 도시토지와 농촌(도시 교외)토지로 나뉜다. 사용권도 마찬가지로 도시토지 사용권과 농촌토지 사용권으로 나뉜다. 도시토지 사용권은 도시 호적자만, 농촌토지 사용권은 농촌 호적자만 살 수 있다. 그래서 도시민은 도시에만 거주할 수 있고, 농민은 농촌을 떠날 수 없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간부가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전기까지 활용해 주변을 경계하며 경찰의 진입에 대비했다. | 주민 제공 영상 화면캡처=에포크타임스

주민-경찰 대치가 벌어진 프리우스 단지는 베이징의 중산층 이상이 사는 고급 주택단지다. 주택만 100평~130평으로 정원이 딸려 있고 주변에는 숲이 우겨져 환경이 쾌적하다. 반면 주택가격은 ㎡당 200만~300만원에 베이징 시내 아파트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으로 저렴하다.

그런데 베이징 외곽지역인 이곳은 토지분류상 농촌토지에 속한다. 도시 호적자는 들어와 살 수 없다. 이러한 모순상황으로 인해 중국의 지방정부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토지사용권이 없이 주택만 거래 가능하도록 만든 ‘소산권(小産權·약한 재산권)’이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사용권이 필요 없으니 도시·농민 구분 없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주택(부동산)이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주택원가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토지가격이 빠지니 값도 쌌다.

강제철거에 맞서 몸으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경찰을 촬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당국의 주민감시 도구인 동시에 주민들에게는 당국에 맞서는 무기이기도 하다. | 주민 제공=에포크타임스

이게 지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전국에서 우후죽순 지어진 소산권 주택 탄생의 전말이다.

소산권 주택은 중앙정부 정책상 불법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부추김이 더해져 소산권 주택의 합법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하면서 구매자는 꾸준히 늘었고 지난 2010년 추산한 소산권 주택 거주자는 약 2억 명까지 불어났다.

소산권 주택의 인기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과도 맞물린다. 중국 재벌·부유층·당 간부들의 투기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서민과 중산층은 도시 외곽의 저렴한 소산권 주택으로 눈을 돌리게 된 사정도 있었다.

이후 중앙정부가 소산권 주택에 대한 강력한 규제방침을 밝히자, 지방정부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돕던’ 소산권 주택 거주자들을 골칫거리로 여기기 시작했고, 이는 지난 22일 베이징 창핑구에서 바이러스 확산 사태 속에서 강제철거를 위해 무장경찰을 파견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창핑구 주민 천즈헝(陳子恒·가명)은 에포크타임스와 전화통화에서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유혈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경찰(간부)이 현장에 도착해 ‘전염병 발생 시기에 집단으로 모이면 불법’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눈치를 의식해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천씨는 “전염병 사태로 다들 몸을 사리는데도 강제철거를 시도해, 주민들도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면 교차감염이 날 수도 있다.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주민들은 사태해결을 위해 마을 공산당 위원회 서기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서기 측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