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주역 왕단 중국 역사서 발간

이지성
2012년 01월 19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19년 07월 24일 오전 11:53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왕단(王丹)이 중국 역사 서적을 발간했다.

왕단이 집필한 ‘중화인민공화국사’가 최근 대만 서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립 청궁대 등 대만 몇몇 대학에서 중국사를 강의하는 왕단은 그동안 주요 강의자료를 모아 이 책을 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에서 나온 역사서는 최소 70% 정도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톈안먼 사태나 문화대혁명 기간 등은 중국 역사서에선 금기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단은 또 “기존의 중국 역사서는 개혁, 개방 시기 정부 당국의 업적이 중시된 측면이 있다”면서 “수많은 민간부문의 개혁 노력이 무시된 부분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왕단의 책이 출판돼 나오는 것을 적극 반기고 나섰다. 특히 중국이 역사공정을 통해 ‘그들만의 역사’를 쓰려고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2000년대 이후 현재 중국 영토 내 56개 민족의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국가 주도로 강화하는 역사공정을 펼쳐왔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은 2002년 고조선·고구려·발해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을 시작한 데 이어 서부 위구르 지역에 대한 ‘신강(新疆)항목’, 티베트 지역에 대한 ‘서장(西藏)항목’, 내몽골 지역에 대한 ‘북강(北疆)항목’ 등 일련의 역사공정을 진행해 왔다. 중국은 최소 7개 역사공정에 대해 각각 매년 400만~600만 위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의 역사를 소급해 재단하는 중국의 ‘역사공정’은 주변국의 불안을 부추기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를 통해 이웃 국가를 침탈하는 ‘역사 제국주의’라는 말도 나온다. 이웃나라와 갈등을 빚는 역사인식으로는 중국의 국력이 아무리 신장되더라도 ‘글로벌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가 간 역사문제는 흔히 영토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은 인도·일본·베트남 등과 벌이고 있는 영토분쟁 지역이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토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북공정 역시 향후 북한 지역에 대해 연고권을 주장하려는 중국의 국가전략이라는 견해가 많다. 동북아역사재단의 한 연구위원은 “동북공정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학술연구라기보다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라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왕단은 자신이 펴낸 책을 대만을 교환 방문 중인 중국 유학생들에게도 나눠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민주화와 정치개혁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 정치 잡지를 발간했다.

또 이보다 앞서 중국 청년층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사이버학교인 ‘민주주의를 한 새 학교’를 개설하는 등 활동을 늘리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을 탱크와 장갑차를 이용해 무력진압 한 사건을 말한다. 국제적십자사 발표에 따르면 톈안먼 사태로 최소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탱크에 깔려 무자비하게 학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