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어머니회 “중국 공산당은 1989년 사건 진실 말해야” 촉구

김태영
2023년 05월 31일 오후 6:43 업데이트: 2023년 05월 31일 오후 6:43

톈안먼 사건 34주년을 앞두고 희생자 유가족 단체인 ‘톈안먼 어머니회’가 중국 시진핑 정권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웨이제(尤维洁) 톈안먼 어머니회 대변인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정권은 자신들이 (톈안먼 사건) 당시 당국의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발포 명령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해당 사건은) 집권당인 공산당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며 “현 정부는 당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라고도 불리는 톈안먼 사건은 1989년 6월 4일 당시 덩샤오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명령으로 투입된 인민해방군의 유혈 진압으로 인해 민주화 요구를 외치던 일반 시민과 학생들이 무참히 학살당한 사건이다.

톈안먼 희생자 유가족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유웨이제 대변인은 “희생자 유가족은 작년 한 해에만 7명이 사망했고, 단체 설립 이후 총 7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안타깝게도 사망한 유가족들은 생전에 정부로부터 6월 4일 참사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이 잔인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실과 보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징리(张景利)의 남편 류융량(刘永良)은 당시 26세 젊은 나이에 톈안먼 광장에 나가 민주화 시위를 하다가 인민해방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장징리는 톈안먼 어머니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톈안먼 사건 이후) 3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활의 어려움은 견딜 수 있었지만 마음속 고통에 대해 불평할 곳이 없었고, 정신적 고통이 항상 따라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산당을 향해 “어떻게 중무장한 군인들과 실탄을 장착한 탱크를 베이징 거리와 톈안먼 광장에 보내 비무장 학생과 시민들을 쏠 수 있느냐”라며 비판했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사건을 언급하는 것조차 철저히 금기시되고 있다. 34주년 기념일이 가까워지자 중국 당국은 관련 검열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은 톈안먼 사건(1989년 6월 4일)을 조금이라도 연상할 수 있는 ‘89’, ‘64’ 등의 숫자와 ‘학생’, ‘탱크’ 등의 단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촛불, 꽃 등 추모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나 영상이 들어간 게시물도 자동으로 검색이 제한된다.

지난 1990년부터 30여 년간 매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려온 톈안먼 추모 행사도 2020년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로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올해 톈안먼 추모 집회는 대만 비영리조직 화인민주서원 주최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화인민주서원은 왕단(王丹), 왕쥔타오(王軍濤), 타오쥔싱(陶君行) 등 톈안먼 사건 관련자 및 홍콩과 대만의 민주화 인사들이 주도해 창립한 단체로, 중국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터넷 등을 활용해 민주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톈안먼 사건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 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를 가택 연금 등으로 제재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21년에도 톈안먼 추모 집회를 주최한 홍콩 인권변호사 초우항텅(鄒幸彤)을 ‘국가 권력 전복 선동’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5월 18일 개최한 ‘2023 광주인권상’ 수상자에 초우항텅 변호사를 선정했다. 올해 광주인권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초우항텅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사회의 연대 의지를 홍콩 정부와 홍콩 민중에게 강력히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우항텅은 인권변호사로서 인권 옹호자에 대한 정부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대우에 끊임없이 저항해 왔다”며 “(그는) 감옥에 갇혀 있지만 홍콩 민중에게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