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하원, 中 공산당 ‘강제 장기적출’ 대응 법안 만장일치 통과

한동훈
2023년 05월 25일 오후 2:5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2:54

‘중국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심장, 간 등 신체장기를 강제 수탈하는 범죄가 정권 주도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강제 장기적출’ 의혹이다. 중국 같은 국제적 영향력을 지닌 큰 국가의 정권이 사형수 등 강력범이 아닌 자국민을 상대로 동의 없이 강제로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의 ‘집단학살’을 저지른다는 것은 일반적인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에 대처하기 위한 법령 정비가 활발하다. 장기 수탈이 단순히 의혹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점점 더 많은 증언과 증거가 수집되면서 의혹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하원은 지역 주민들이 강제 장기적출 범죄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SB 1040)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법안을 하원에서도 가결한 것이다. 법안은 상원에서도 민주, 공화 양당 의원 전원의 찬성표를 받았다(법안 링크).

이 법안은 “장기가 불법적으로 공급됐을 위험성이 매우 높은 국가”인 중국과 파키스탄에서 공급된 장기를 이용한 이식수술에 대해 텍사스 의료지원 프로그램의 비용 지원을 금지한다. 해당 국가로 원정 장기이식을 떠났을 경우, 의료비를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법안이 상원에서 재표결을 거쳐 주지사 서명까지 받게 되면, 텍사스주는 미국 최초로 강제 장기적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 해외 원정 장기이식을 규제하는 지역이 된다.

미국 연방의회에서도 강제 장기적출을 저지하기 위한 입법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하원을 통과한 ‘2023년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H.R.1154)은 찬성 413표, 반대 2표의 초당파적인 압도적 지지로 가결됐다. 강제 장기적출에 연루된 개인 및 단체의 여권과 미국 비자를 취소하고, 미국 내 재산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법안 링크).

이번 텍사스 주의회 법안은 이러한 연방 하원 법안에 발을 맞추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인권유린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보완적 성격을 담고 있다.

물론, 텍사스에서 의료비 지원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강제 장기적출까지 막을 수는 없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루이스 콜호르스트 상원의원도 이러한 한계점을 잘 이해한다고 밝혔다.

다만, 콜호르스트 의원은 “그러나 그런 행위를 저지르는 데 우리 돈이 쓰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확산을 억지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 억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살만 보자니 의원은 “텍사스에만 1만 명 넘는 사람들이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돼 있다”며 “절박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암시장에서 장기를 구매하는 비양심적인 선택으로 강제로 기증당한 사람은 물론 수혜자 자신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텍사스 하원 최초의 무슬림계인 보자니 의원은 “상원 1040호 법안(SB 1040)은 그러한 착취를 막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원에서 법안 통과를 주도한 공화당 소속 톰 올리버슨 의원 역시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산당은 자국민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이 무서운, 소름 끼치는 관행에 관심이 집중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안은 “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 무슬림, 티베트 불교도, 가정교회 기독교인을 포함한 양심수 및 기타 약자를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승인하에 이뤄지는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킨다”고 명시했다. 중국 정부가 연루됐음을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법안은 또한 “자유의지에 근거한 동의 없이 이식을 위해 몸에서 장기를 강제적으로 적출하는 관행과 맞서 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부정한 이식 관광을 억제하고 우리 주(州) 거주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제 장기적출 범죄에 연루되는 것을 막는다”고 취지를 밝혔다.

중국 공산당의 장기 수탈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의혹 제기가 이뤄졌으나 2006년 캐나다 인권 변호사 데이비드 마타스와 캐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장관 고(故) 데이비드 킬고어의 조사 보고서를 통해 그 전모가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이후 주된 피해자인 파룬궁 수련자들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그 참혹성을 알리고 국제기구에 보고하기 위한 서명운동 등이 이뤄져 왔으며, 이 과정에서 장기이식 수술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의료인과 의료단체들이 참여하며 국제적인 반향이 증폭됐다.

지난 2017년에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이 주목을 받으면서 강제 장기적출 문제가 다시 한번 재점화됐다. 위구르족과 무슬림 약 100만 명 이상이 수용시설에 갇혀 신체적, 심리적 괴롭힘과 강제노역, 강제 불임시술, 고문을 받으며 강제 장기적출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사법적 절차에 가까운 대응이 추진됐다. 시민법원 형태의 진상조사 위원회인 중국 법정(China Tribunal)이 1년에 걸친 조사 끝에 “중국에서 장기간 강제 장기적출이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왕실 칙선 변호사인 제프리 니스 경 등 7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재판부는 최대한 객관적 증거를 수집해, 장기 수탈의 주된 피해자가 파룬궁 수련자이며 위구르족, 티베트인, 가정교회 기독교인 등 양심수도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