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등 6개주 검찰총장, 바이든에 ‘선넘은 행정’ 경고

한동훈
2021년 01월 28일 오후 9:50 업데이트: 2021년 01월 28일 오후 11:08

미국 6개 주 검찰총장 연합이 2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위헌 소지가 있거나 과도한 행정 조치에 대해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텍사스, 아칸소, 인디애나, 미시시피,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6개 주 검찰총장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헌법적 원리에 맞지 않거나 시민의 자유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에 주 정부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서한 PDF). 미국에서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을 겸임한다.

연합 좌장 격인 웨스트버지니아의 패트릭 모리즈 검찰총장은 서한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해, 우리 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러 당신의 행정부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송에 앞서 먼저 모든 미국 국민을 대신해 현 행정부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법적 다툼보다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리즈 총장은 “그러나 의회에서 통과된 위헌적 법안에 서명한다면, 법정에서 그 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각료나 행정관료, 정부기관들이 법에서 규정한 권한을 벗어나거나,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따르지 않거나, 합리적 의사결정의 근간인 ‘행정절차법’에 따른 의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행동을 취할 책임이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APA)은 정부기관의 규칙 제정 과정을 관할하는 연방법이다. 행정부의 규칙과 규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번 6개 주 검찰총장의 공동 서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부터 6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만 무려 33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취임 첫날에만 17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해 앞서 4명의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초반 서명한 명령을 모두 합친 숫자를 넘겼다.

상당수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들이었고 그 외에는 기후변화 대응, 인종 형평성 강화, 중공 바이러스 대유행 대책 확대 등에 관한 명령이었다.

파리 기후협정 재가입, 키스톤 XL 송유관 신설공사 중단 등 일부 행정명령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타당한 명령인지에 관한 관계 당국의 재검토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부 공무원들에게 개념 주입이 금지됐던 ‘비판적 인종 이론’을 다시 교육하도록 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차별 철폐를 위해 특정 인종을 우대하라는 내용으로 마르크스주의에 준하는 이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관한 바이든의 행정명령은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 명령에 따르면, 생물학적 남성이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기만 하면 여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에 대한 개념, 생물학적으로 성별 개념을 긍정해 온 개인과 단체 혹은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는 명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6개 주 검찰총장들은 “대통령은 헌법을 모서리 깎기하고 법적인 제한을 피해 가려 하는데, 우리나라에 득보다 실이 크다”며 “우리 공화국과 미국인의 삶은 치밀하게 설계된 헌법의 틀 안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행정명령으로 헌법을 이리저리 고치거나 회피하는 과정에서 헌법에 기반해 잘 짜인 국가제도와 삶이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오늘 이 서한을 통해 우리는 명예롭고 책임이 막중한 대통령직을 맡게 된 모든 사람에게 존중받아 마땅한 헌법의 핵심적 원리를 추구하는 것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어 줄 것을 귀하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서한에서 바이든에게 말했다.

또한 이 서한에서는 종교 및 종교적 표현의 자유, 무장할 권리를 2대 관심 분야로 규정했다.

검찰총장들은 모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는 중대한 문제에서 실정을 범했을 때 그 책임을 지고 권한을 넘겨줘야 할 압력을 받는다면서 “각 주의 주권을 존중하고, 미국 헌법에서 규정한 권력의 분립을 지지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고 명시했다.

이어, 미국 헌법에서는 연방정부 권력의 한계선을 잘 규정하고 있으며, 그 한계선을 넘어선 특정한 사안에 대해 “주(州)에서는 준비가 돼 있고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연방체제이며, 각 주는 사실상 하나의 국가로서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검찰총장들의 발언은 연방정부가 월권할 경우, 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것이며 이는 헌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행정처분을 놓고 여러 가지 법적 분쟁에 직면해 있다.

텍사스 연방법원은 이민자 추방을 100일 동안 중단한 바이든의 행정명령을 일시 중지시켰다. 이 판결로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의 합법화를 포함해 광범위한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던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 서부지역의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서부에너지연합(Western Energy Alliance)은 연방정부 소유의 토지 및 수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금지한 바이든의 행정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

행정명령과 행정조치에 대한 법적 이의제기는 미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4년 내내, 민주당 소속 주정부 검찰총장들은 공중보건, 기후, 이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상대로 자주 소송을 제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