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님한테 4만원 받고 마스크 100개 팔았습니다”

황효정
2020년 02월 26일 오후 4:3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8

손님이 주문한 마스크를 배달하던 택배 기사는 집에 있을 나이 든 부모님과 어린 자식들 생각에 한참을 망설였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배 아저씨한테 마스크 팔았다”는 제목으로 사소하지만 훈훈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 A씨는 자신을 원래 평소에도 마스크를 자주 착용하는 사람이라며 소개한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국내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전부터 A씨는 ‘봄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많이 쓰니까’ 하며 마스크를 많이 주문해둔 상태였다.

그러던 이날, 주문해놨던 마스크 여러 박스가 한꺼번에 도착했다.

A씨는 “택배를 상자째 뭉태기로 막 받았는데, 택배 아저씨가 평소에는 후딱 가시는데 오늘은 뭔가 좀 밍기적 하셨다”고 했다.

연합뉴스

머뭇대던 택배 기사님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고객님, 혹시 마스크 많이 가지고 있으신가요…?”

택배 기사님의 사연은 이러했다. 집에 애들도 있고, 고령인 어르신도 두 분이나 있는데 마스크를 미처 구하지 못했다는 것.

택배 기사님 본인도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가 3일째 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어봐도 될까, 고민도 많이 하다 사정상 어렵게 묻게 됐다는 택배 기사님에 A씨는 “괜찮으시면 산 가격에 드리겠다”고 권했다. 택배 기사님은 방방 뛸 듯이 좋아했다.

연합뉴스

A씨는 “1만원대에 샀던 마스크 100개를 그 값 그대로 팔려고 했는데 택배 아저씨가 고맙다고, 지금 비싼 거 안다고 4만원이나 주셨다”고 전했다.

A씨가 괜찮다며 돌려드리려고 했지만 택배 기사님은 돈을 던지듯 건네고 떠났다.

A씨는 “마스크 100개에 10개를 얹어서 그냥 넣어드렸는데 더 넣을 걸 그랬다”며 “택배 아저씨께서 평소에 친절하시고 좋은 분이라 나도 선뜻 드렸는데, 더 챙겨드릴 걸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다들 지금 많이 힘든데, 내일도 택배 올 거 있으니 마스크를 조금 더 챙겨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또한 훈훈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지금 일반 부직포 마스크도 한 장에 1,000원 넘고 구하기도 힘든데 너무 잘했다”며 A씨의 선행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