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홍콩 러시… 영국 해외시민여권 신청자 급증

최창근
2022년 09월 1일 오후 1:24 업데이트: 2022년 09월 1일 오후 1:28

탈(脫)홍콩 러시가 다시 한번 시작되고 있다. 목적지는 지난날 식민 종주국이었던 영국이다.

2020년 7월,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인구가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월 30일, 일본 닛케이(日經)아시아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신청한 홍콩인은 14만 500명이다. BNO 여권은 1997년 7월 1일, 영국이 홍콩 주권을 반환하기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에게 부여하는 특별 여권이다. 영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 시행에 대응하여 2021년 1월, BNO 여권 소지자들이 5년 영국 거주 후 영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혜택을 확대했다. 일종의 홍콩 탈출 구명 보트인 셈이다. 이 밖에 BNO 여권을 보유하면 캐나다·호주 등 영연방 국가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영국의 정책에 강력 반발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영국은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중국 내정을 함부로 간섭했다.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하여 “이민 확대 정책은 홍콩인들을 영국의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8월 29일, 영국 정부가 올 6월 말까지 총 13만 명의 BNO를 승인하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영국으로 떠나는 홍콩 시민 수가 현재 수준의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2027년까지 최소 25~30만 명이 영국으로 영구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BNO 여권 소지 자격이 있는 홍콩인은 약 290만 명이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도 230만 명에 달한다.

닛케이아시아는 “홍콩 보안법이 많은 홍콩인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며 급증세인 BNO 신청이 중국의 정치적 억압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던 2019~2021년 BNO 여권 발급 건수가 52만 건으로 이전 3년(2016~2018년)의 7.6배에 달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홍콩 인구 감소세가 가파르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8월 11일 발표한 홍콩 인구는 2022년 6월 말 기준, 72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만 1000명(1.6%) 줄었다. 이는 1961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젊은층의 인구 감소가 뚜렷하다. 홍콩 인구가 2019년 말 정점에 달한 이후 20대 미만 거주자는 9만 7000명, 20~30대는 23만 5000명, 40~50대는 8만 4000명 감소했다.

닛케이아시아는 “감소 상당 부분은 1년간 11만 명이 해외로 순유출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학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자녀를 둔 많은 가정이 영국, 캐나다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인구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은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 엄격한 코로나 19 방역 정책으로 인하여 홍콩 인구 유입이 줄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승인한 표준 취업 비자는 5701개로 2019년 대비 70% 감소했다. 홍콩투자기금협회의 조사에서는 회원 약 70%가 홍콩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