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통령궁 장악 후 전쟁 종료 선언…대통령은 국외 탈출

2021년 08월 16일 오전 8:35 업데이트: 2021년 08월 16일 오후 7:11

탈레반 “국민 섬기고 보호하는 정권 수립할 것”
가니 대통령은 곧 퇴진 전망…양측 정권 이양 협의
수도 카불은 치안 유지…평화 찾아올진 두고 봐야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입성,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대통령궁을 떠나 피신길에 올랐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탈레반 사령관들이 이날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한 대원 수십명이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알자지라방송은 대통령궁을 수중에 넣은 탈레반 무장 대원들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탈레반 대변인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에 대한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한 탈레반 대원은 이와 관련 “가까운 미래에 아프간을 ‘아프간 이슬람 연방’으로 선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또한 주민과 외국 외교사절의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아프간 주요 인사들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설립자의 한 명인 물라 바라다르는 지지자들에게 발송한 영상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하고, “이제 우리의 임무는 어떻게 국민을 섬기고 안전하게 보호하며 그들의 좋은 삶을 최대한 보장하느냐”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남쪽 지역인 잘랄라바드를 점령한 탈레반 무장 대원들이 거리를 이동하고 있다. 2021.8.15 | AFP via Getty Images/연합

가니 대통령 “수도 방어할 수 있을 것”…발언 하루 만에 도피

아프간 정부 측 지도자의 한 명인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화해협의회 의장은 “가니 대통령은 남은 아프간 정부군 병력을 모아 인구 600만명의 도시인 카불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말한 지 하루 만에 국외로 달아났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의장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프간 전 대통령이 아프간을 버리고 달아나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실망감을 나타낸 뒤 “신은 그에게 책임을 물 것”이라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의 카불 공습 전 탈출했으며, 곧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탈출 후 대국민 메시지에서 “카불에서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출발했다”며 “대통령궁에 진입하려는 탈레반 무장 대원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지난 20년 동안 삶을 바친 소중한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성 발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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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8.2 | REUTERS/Stringer/연합

소셜미디어에는 카불에 입성하는 탈레반을 환영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지만, 이날 수도 곳곳에서 총격과 폭발음이 들렸다는 게시물도 다수 포착됐다.

미 대사관은 카불 공항 근처에서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공항을 통해 탈출하려는 미국 요원들과 외국 외교관들에게 주의를 요청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언론을 통해 “탈레반은 미군이나 미국인 요원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며 “매우 강력하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카불 공습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불 시민들은 탈레반에 대해 어떤 두려움도 느낄 필요가 없다”며 도둑질과 약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치안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어 카불 진입 후, 대변인은 “이슬람 에미리트 부대가 치안과 안전을 위해 카불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A U.S. Chinook helicopter flies
미군 치누크 헬리콥터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상공을 날고 있다. 2021.8.15 | Rahmat Gul/AP Photo/연합

탈레반 역시 무장 대원들에게 “주민들의 집에 들어가지 말고, 어떤 사람도 괴롭히거나 자극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국무부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탈레반이 이런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한 것은 아니다.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탈레반이 친정부 인사와 주민들에게 가혹 행위와 보복 살인을 저질렀다는 보고가 잇따른 바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현지 언론에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탈레반 측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무조건 항복을 원하고 있다는 점은 시인했다.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