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시진핑” 외친 中 남성, 경찰에 체포…네티즌 “영웅 출현”[영상]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17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22

올해 당대회 앞두고 개헌 반대시위 추정
개혁개방 후퇴에 대한 불만 표출 분석도

지난 14일 몇몇 네티즌들의 트위터에 “타도 시진핑”을 외치던 남성이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약 1분 길이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이는 여러 네티즌에 의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현지 언론들에 의하면, 영상은 13일 중국 선전(深圳)시 뤄후(羅湖)의 소규모 광장에서 촬영됐다.

영상 속에는 검은 셔츠에 회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이 ‘타도 시진핑, 개혁개방 수호’라 쓰인 현수막을 들고 국가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시진핑을 타도하자고 외치다가 6명 이상의 남성 경찰들에게 테러범처럼 제압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남성은 비무장 상태였다.

1분짜리 영상을 직접 들여다보면, 주변에서 많은 구경꾼들은 말 없이 지켜 보다가 그가 완전히 제압되자 서커스단의 기예쇼가 끝나기라도 한 듯 박수갈채를 경찰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 영상을 접한 많은 누리꾼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많은 이들은 그를 향해 “대륙 청년은 진정한 영웅!”이라고 칭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리트윗해야 한다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미국으로 망명한 차이샤(蔡霞) 전 중공 중앙당교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 한 청년이 타도 시진핑과 개헌 반대를 외쳤다. 그는 시진핑이 연임되면 중국의 개혁개방이 끝날 것이라고 외쳤다”며 “멋진 대륙의 청년! 진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차이샤 교수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은 굶주린 용처럼 야심이 있지만, 속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며 미국은 중공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상 속 집단 체포를 당한 남성의 신분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그가 외친 구호에서 시진핑과 개헌을 반대한다는 점과 개혁개방을 수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그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보다는 과거의 개혁개방 시대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내에는 올해 3연임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에 반기를 든 이들, 즉 ‘개혁개방’을 부정하는 시진핑에 맞서는 당내 분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 분파는 덩샤오핑(鄧小平)부터 후진타오(胡錦濤)까지를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 시기’로 보면서 시진핑 집권 시기를 따로 분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진핑 집권 시기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로 분류된다. 이에 앞서 2013년 시진핑 주석 체제 출범 후 중공은 2015년 7월 신국가안전법을 제정했다. 국가안보의 범위를 인터넷을 비롯해 경제,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대폭 확대했다.

시진핑의 독재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으로 여겨지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는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개헌이 확정되면서 급부상했다. 당시 개헌은 1982년 통과된 ‘개혁개방 헌법’을 5번째 수정하는 것이었고, 무려 21개 조항을 수술했다. 하지만 이는 중앙 주석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시진핑의 성인 ‘시’(習)를 따서 ‘시황제’(習皇帝)의 출범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헌 서문에는 기존의 마오쩌둥, 덩샤오핑 사상과 이론에 ‘시진핑 새 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이 새로 추가됐다. 총강 1조에는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 제도”에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부분이 삽입되면서 사실상 영도가 시진핑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중공 국가주석의 임기를 5년씩 2연임으로 제한했으나 이를 삭제했다. 이로써 덩샤오핑이 설계한 2연임 10년 집권제도가 막을 내렸다.

그 뒤 중공은 개헌 반대자에 대한 단속과 검열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검색어에서 ‘시황제’라는 단어가 차단됐다. 지난해 중공의 언론탄압으로 폐간된 홍콩 빈과일보는 당시 여러 점술가의 말을 빌려 그의 운명과 관상에 대해 분석했다. 63~73세 10년간은 재물운이 쏟아진다고 했고 그 뒤로 건강이 쇠약해지지만 81세까지 중국을 다스릴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후난(湖南) 거주 여성 둥야오칭(董瑤瓊)씨는 2018년 7월 상하이 하이항(海航) 빌딩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중공 독재 체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함과 동시에 시진핑 얼굴이 인쇄된 곳에 검은 잉크를 뿌렸다. 그리고 그는 경찰에 체포된 후 자취를 감췄다. 정신병원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일각에서는 중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경고하기 위한 본보기로 이 여성을 ‘정신병자’로 낙인찍었다고 풀이했다.

이어 2018년 8월 쑨원광(孫文廣) 전 산둥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과 인터뷰를 하던 중 경찰이 그의 집 문을 부수고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그가 경찰을 향해 소리친 “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외침이 VOA중문판에 그대로 보도되었다. VOA 앵커는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쑨 교수는 시진핑을 비판한 혐의를 받았다.

이어 귀여운 캐릭터 ‘곰돌이 푸’가 등장하는 미국 영화는 중공으로부터 상영 불허 판정을 받았다. 중국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곰돌이 푸는 시진핑을 풍자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개헌으로 말미암은 시황제 절대 권력으로 인해 중공 당내에서 암묵적으로 ‘반(反) 시진핑’ 파벌이 형성되었거나 노선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시진핑의 새 시대가 중공을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1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이 “당내 분파 행위에 대해서 결연히 조사해 처리하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그는 특히 부패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의 선진성과 순결성을 손상하는 요소와 당의 건강한 몸을 잠식하려는 바이러스를 끊임없이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에 반기를 든 이들은 대부분 개혁개방을 수호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사실상 시진핑과는 대조적인 덩샤오핑을 그리워하는 양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구호를 앞세워 다방면에 걸쳐 민간기업 ‘강제’ 길들이기에 혈안이 된 현재의 시진핑 체제의 모습은 과거와 다른 중공의 모습으로 여겨지면서 과거 체제를 굳게 믿던 이들이 조국의 미래를 걱정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이념보다 경제 성장이라는 실속을 내세우며 이념이 다른 미국, 일본 등과 손을 잡았던 덩샤오핑 시대가 있었기에 세계 대국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강조해 오고 있다. 즉, 덩샤오핑 시절과 현재 시진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러한 것조차 체제에 반하는 당 내부 바이러스로 여기며 제거 대상으로 언급했다.

시진핑은 지난 10년에 걸쳐 반부패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374만 명 이상의 관료를 제거했다. 이로 인해 시진핑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는 중공 관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까닭에 적지 않은 누리꾼들은 “이번에 공개된 인터넷 동영상에서 보듯이 개혁개방 옹호론자들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범죄자 체포 때보다 더 많은 경찰이 덮쳐 그를 짓눌렀다”, “이는 100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중공의 개혁개방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상 속 남성이 1인 시위를 벌인 곳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선전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처음으로 시행한 시범 도시이며, 뤄후구는 덩샤오핑이 중국 남부 지방 간부들을 만나 시장경제 도입 의지를 밝힌 ‘남순강화’ 방문지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