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세계 최대 꿀 생산국 中 양봉업계에도 영향…이동제한으로 시기 놓쳐

한동훈
2020년 02월 28일 오전 11:16 업데이트: 2020년 03월 5일 오후 1:56

세계 최고 꿀 생산국인 중국의 양봉업자들이 꽃을 찾아 벌통을 옮기고 채밀하지 못해 곤경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창궐로 중국 정부가 여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국 서북부 신장의 양봉업자 줴씨(55)는 자신이 통행 가능한 곳에서 320km 정도 떨어진 곳 나무 상자에 갇혀 있는 벌통 300여 개가 걱정돼,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줴씨는 “진짜 불안하다”며 “벌들이 모두 죽으면 1년 수입이 날아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발이 묶인 중국의 30만 양봉업자들은 줴씨와 같은 처지다. 지역별 개화기에 맞춰 벌통을 이동해 채밀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인구 이동을 제한하고 있고, 한 지역에 들어간다 해도 보통 14일 동안 격리돼기 때문에 그동안 벌들은 굶어 죽고 말 것이라고 그들은 걱정한다.

중국 양봉 과학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인정하면서, 양봉업자들에게 채밀을 위해 벌과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현지 당국과 접촉할 것을 제안했다. 협회는 남서부 윈난성 양봉업자 류더청이 최근 목을 매 숨진 사건이 있은 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숨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중국은 세계 생산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연간 50만 톤가량의 꿀을 생산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에 10만 톤 이상 수출한다.

하지만 올해 생산 전망은 어둡다.

평년 같으면 3월 줴씨는 투루판에서 벌들이 살구꽃 수분을 할 수 있도록 떠날 준비를 하면서 그의 벌집을 손질하고 있을 때다. 이후 꽃을 찾아 신장 제2의 도시 코라의 배 과수원에서 출발해, 5월이면 루창의 유명한 붉은 대추의 꿀을 채취하기 위해 이동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정보다 3주나 늦어져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줴씨는 말했다.

상하이 남쪽 저장성 진화(金華)시에 사는 장미아오얀도 20일 넘게 굶고 있는 벌통 120개 안에 벌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씨는 “양봉가들 사이에서 우리는 달콤 쌉싸름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올해는 온통 씁쓸하기만 한 것 같다”면서 바이러스가 설 연휴 기간 판매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양봉업은 기후변화, 노동력의 고령화, 살충제 남용으로 이미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양봉가인 줴씨는 저녁에도 운전하고 이동해 불모지에 텐트를 치고 자며, 작황이 좋은 해에는 6만7000위안(1159만 원)을 벌어들인다. 그는 “젊은 사람 중에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은 없다. 너무 고생스럽다”면서 양봉업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동물 사료와 가축 수송에 차질을 최소화해 줄 것을 지방 정부에 요청했고 특히 벌에 대해 언급했지만, 코로나19이 심각하게 퍼지면서 실행이 더디게 진행돼 왔다.

줴씨는 여전히 벌들을 구하기 위해 지방 정부와 협력하고 있고, 장씨는 지난 주말 이동 허가를 받았다.

장씨는 “현재 야생화 금목서가 한창일 때”라면서 가장 좋은 개화기가 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번 놓치면 다음 해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