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빌미로 지배력 강화? 中 공산당, 홍콩에 의료진 파견…유전자 대규모 채집

이은주
2020년 08월 4일 오전 11:08 업데이트: 2020년 08월 4일 오전 11:46

홍콩에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리자 중국 공산당(중공)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의료진을 파견했다. 이를 두고 중공이 코로나를 빌미로 홍콩 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공 정부는 지난달 31일 750만 홍콩 시민의 코로나 검사를 무료로 실시할 60명의 의료진을 홍콩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중국 본토 의료진 선발대 7명이 먼저 홍콩에 도착해 메트로파크 호텔에서 투숙했다.

홍콩 메트로파크 호텔은 2003년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SARS) 발병 당시 집단발병의 근원지가 됐던 곳이다.

당시 사스 감염자였던 중국 중산대 의대 류젠륀 교수가 이곳에서 하룻밤을 투숙했다가 같은 층에 머물던 7명의 투숙객에게 감염시켰고, 이들이 전 세계 각지로 흩어지면서 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됐다.

류 교수는 중국 광둥성에서 사스 환자를 치료하던 중 사스에 걸린 채 홍콩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지 못했던 류씨와 투숙객 7명이 전 지역을 다니면서 전염병을 확산시켜 전 세계 약 8000명 이상이 감염됐고, 774명이 목숨을 잃었다. 류씨는 확진 판명을 받고 나서 2주 뒤 사망했다.

사스는 코로나 발병 전까지만 해도 전염병 역사에 기록이 남을 만한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됐으며, 홍콩의 정치와 공중보건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중공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 전 세계 확진자 수는 약 1800만 명, 사망자 수는 68만 명을 넘어섰다.

홍콩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매일 100명 이상 나오는 등 재확산 조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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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파견된 의료진이 홍콩 메트로파크 호텔에 체크인 하고 있다. 2020.8.3 | 홍콩=에포크타임스

이를 계기로 중공 정권이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홍콩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자,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의료진 7명이 대량 바이러스 검사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검사는 중국 의료진이 아니라 민간기업인 ‘화다지인’(華大基因·BGI)이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업체인 화다지인은 중공의 신장지역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해 미 상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이다.

제재 명단에 오르면 정부 허가 없이는 미국 기술에 접근이 금지된다.

화다지인은 지난 2016년 중공과 공식 체결하고, 신장 위구르족 수백만 명의 유전자(DNA)를 채취했다.

문제는 이들이 탈취한 유전자 데이터가 약물 개발 등이 아닌 다른 목적에 이용된다는 점이다.

중공은 경찰국가로서 권력 강화의 일환으로 유전자 데이터를 가지고 위구르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중공 정부는 유전자 데이터를 이용해 감시망을 구축하고, 감시 대상자의 친인척까지도 추적하고 있다.

위구르족은 중공 당국으로부터 무료 건강검진이라는 명목으로 유전자 정보를 채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마야 왕 중국 선임 연구원은 “우리는 법의 보호 없이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광범위한 유전자 채취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공은 전 세계 주요 산업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량으로 수집된 유전자는 중국의 국내법과 국제인권법에 위배된다”면서 “다른 감시 도구와 결합하게 된다면 중공 정권의 영향력을 키우고 안정 유지와 사회 통제를 명분으로 국내 탄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다지인은 현재 홍콩 시민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통해 얻은 유전자 정보와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넘겨져 감시에 이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 시의원 모임은 지난 2일 중공의 코로나 검사 제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홍콩라디오텔레비전(RTHK)이 보도했다.

이들은 홍콩 시민들이 중공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작업은 법적인 조건을 충족한다”면서 이런 주장은 “절대적인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유전자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갈 것이란 주장에 대해 형사 처벌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명은 “홍콩 정부는 전염병 방지 작업을 공격하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이들을 규탄한다”며 “고의로 허위 주장을 퍼뜨리는 것이 형사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가 신중히 검토하고 후속 조치를 위한 증거를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공은 지난 7월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을 전면 통과시킨 이후 반체제 인사들을 처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달 31일 미국, 영국 등 해외로 망명한 민주파 인사 6명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같은 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 취소를 하루 앞둔 날에는 홍콩 당국이 민주화 후보 12명의 선거 후보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홍콩안전법 반대자들은 이 법이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당시 영국과의 합의에서 합법적으로 약속한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과 같은 권리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