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자리 잃고 집에서 쫓겨난다는 사실 아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아빠

황효정
2020년 07월 27일 오후 1:2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1:53

오늘 당장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어린 건우는 그저 놀이터 같은 집이 좋아 마냥 웃을 뿐이었다.

지난달 24일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 ‘굿네이버스’는 오늘 당장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건우(가명)네의 사연을 전했다.

건우네는 네 식구다. 아빠, 엄마, 형 민우, 그리고 막내 건우.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암 투병 중인 엄마는 아프고,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아빠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돈 한 푼 없이 쫓기듯 지금 사는 집까지 오게 됐다.

오랜 시간 사람이 살지 않아 곳곳에 쥐 배설물이 쌓여있고 씻을 공간조차 없었던 이곳.

이웃의 도움으로 오랜 시간 비어있던 집을 소개받은 뒤 아빠는 지난 1년여 동안 고치고 고쳐 이제 겨우 살만한 집으로 만들어 놨다.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그러나 건우가 사는 집은 집이 아닌, 잠시 머무는 곳이 되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집주인의 퇴거 독촉으로 오늘 당장이라도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날벼락 같은 퇴거 독촉에 건우네는 위태롭다.

아빠는 석공 일을 하며 어렵게 네 식구의 생계를 이어왔다. 고되고 힘든 석공 일에도 이 집에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두 아이를 보며 하루하루 견뎠던 아빠다.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그것도 잠시, 아빠는 몇 달 전 큰 돌에 짓눌리는 사고로 엄지손가락이 절단됐다.

“수술 후에 복직을 하려 그랬더니, 코로나 권고사직으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아물지 않은 손으로, 아빠는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퉁퉁 부은 손으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소중한 놀이터이자 보금자리였던, 마지막 희망이었던 이곳을 비워줄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황에서, 갈 곳도 없이 당장 쫓겨나게 됐다.

그저 하루하루 버틸 수밖에 없는 건우네지만 아직 어린 건우의 웃음은 그저 해맑고 어여쁘다.

길고양이에게 물을 나눠주고, 형의 손을 꼭 잡고 시골길을 산책하고, 형이 건네주는 민들레 풀씨를 불어보며 건우는 환하게 웃는다.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그런 건우를 보는 아빠의 바람은 단 하나뿐이다.

“그냥 지금처럼 비 피할 수 있고, 아이들 잘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굿네이버스는 현재 건우네 가정의 주거 이전과 생필품 등 생계비 및 교육비 지원을 진행 중이다.

건우가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 굿네이버스 홈페이지를 통해 응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