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의회, 불법 장기거래 금지 법안 통과 전망

한동훈
2022년 11월 29일 오후 7:11 업데이트: 2022년 11월 29일 오후 7:11

2008년 첫 추진 후 15년 만에 결실 눈앞
보수·진보 초당적 지지 “인권범죄 막아야”

장기매매와 관련된 활동에 종사한 영주권자나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법안이 캐나다 의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는 불법 장기밀매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의회에 발의된 ‘형법·이민·난민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보수당 소속 살마 아타울라잔 상원의원이 제출한 이 법안(S-223호)은 일명 ‘인체장기매매 (방지법)’으로 불린다. 의사·본인과 충분한 합의를 하지 않고서 적출한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제공받는 것을 형사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의 해외 원정 장기이식을 막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담긴 법안이다.

법안에는 구체적인 국가명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대상자(사람)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 강제로 장기를 적출해 이식수술용으로 판매하는 ‘강제 장기적출’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게 의회 안팎의 견해다.

이 법안은 지난 5월 하원 낭독회를 통과해 하원 외교위원회에 넘겨졌으며, 지난 11월 23일 비공개로 열린 외교위 심의를 통과해 28일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다.

보수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이 법안은 당파를 초월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법안(인체장기매매 방지법)’을 지지하는 자유당 소속 사미아 주베리 의원은 에포크타임스에 “우리 캐나다는 불법적인 장기획득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 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보수당 소속 가넷 제니스 하원의원은 “법안 통과를 확신하고 있다”면서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캐나다 의회에 중국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와 강제 장기적출를 저지하기 위한 입법조치가 호소된 후 지금까지 15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제니스 의원은 “올해 안에 인체장기매매 방지법이 법제화될 것으로 낙관한다”며 “결실을 맺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는 숭고한 행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장기를 사고팔게 되는 순간, 인신매매나 강제 장기적출 같은 끔찍한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이식은 더욱 엄격한 의료윤리가 필요한 분야다.

중국 공산당은 소수민족, 인권활동가, 반체제 인사 등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장기를 적출해 판매함으로써 일종의 사형을 집행하면서 막대한 이익도 챙기는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국제인권단체에 의해 비판받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말 7천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탄압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이후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감옥에 갇혀 가혹행위 등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가 고문 방식의 하나로 강제 장기적출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 의혹은 2006년부터 국제사회에 제기되기 시작했고, 캐나다에서는 인권에 대한 높은 관심을 기반으로 2008년 최초로 장기매매를 금지하기 위한 입법이 시도됐다.

당시 자유당 소속 보리스 우르제스뉴스키 의원이 ‘인신매매 및 장기이식에 관한 형법 개정안'(C-500)을 2월 발의했으나, 그해 9월 의회가 해산으로 이 안도 폐기됐다. 우르제스뉴스키 의원은 이듬해 재차 법안(C-381호)을 제출했으나, 역시 의회가 해산돼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3년에는 어윈 코틀러 당시 자유당 의원이 비슷한 법안(C-561호)을 제출했지만 법제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코틀러 전 의원 퇴임 후 제니스 의원이 42회 국회에서 같은 법안을 발의하며 장기매매 방지를 위한 입법 노력의 불씨를 이어갔다.

2019년 아타울라잔 상원의원이 이 법안의 상원 버전(S-204호)을 제출했지만 2020년 트뤼도 총리가 의회 정회 선언으로 모든 입법 업무가 정지되면서, 법안은 상원에서 1차 낭독회를 통과한 상태로 계류돼 왔다.

에포크타임스는 2006년 중국 공산당이 영리 목적을 위해 파룬궁 수련자들을 상대로 한 강제 적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국제 인권변호사인 데이비드 마타스 인권변호사와 고(故) 데이비드 킬고어 전 캐나다 아태지역 국무장관(2022년 4월 숙환으로 별세)이 제3자로서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 ‘블러디 하베스트’에서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결론 내려졌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장기 강제 적출 및 매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각국 의회와 시민들은 중국 원정 장기이식 같은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자국민이 인권범죄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영국 런던에 설립된 민간재판소인 ‘중국 법정’은 1년에 걸친 조사 끝에 2019년 중국 공산당의 반인도범죄(강제 장기적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소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민간독립재판소이지만,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제프리 니스 영국 칙선변호사(최고 등급의 공판 변호사)가 수석 판사를 맡고 있다.

영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언론인인 베네딕트 로저스는 “이러한 제3자 기구의 설립과 활동은 중국 공산당의 장기 적출 범죄를 더욱 파헤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변호사, 박해 경험자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을 심리한 중국 법정은 강제적인 장기적출의 주된 피해자가 파룬궁 수련자라고 최종 판결했다.

* 이 기사는 앤드루 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